- 불안정한 시대 속, ‘안녕’하기 위해 생겨난 단어들
매일 나누는 인사말 ‘안녕(安寧)’. 걱정이나 탈이 없음,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함을 뜻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저 안녕하기조차 쉽지 않다. 2020년, 전염병이 세상을 덮치며 갑작스레 찾아온 고립의 시간은 ‘나는 괜찮은 걸까?’라는 물음을 남겼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 #오운완, #미라클모닝, #to do list와 같은 ‘갓생살이’가 유행했지만, 소소한 성취 뒤에는 피로와 번아웃이 쌓였다. 결국 많은 이들이 ‘걍생(그냥 살기)’과 ‘겟생(잘 쉬고 잘 노는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장문화 역시 달라졌다. 출근해도 일은 최소한으로만 하며 영혼 없이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조용한 휴가’와 ‘조용한 사직’, 승진을 거부하는 ‘의도적 언보싱’ 등은 ‘근면’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던 과거 직장 풍경과 뚜렷이 대비된다. 기계처럼 일하다가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가와 환율, 금리 상승은 소비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한때 YOLO와 FLEX가 유행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요노(YONO)’가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우리 곁에 붙은 단어들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안녕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 몸부림이 진정한 평안이었는지, 혹은 또 다른 과로와 불안의 이름이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며 나만의 균형을 모색하는 용기다. 이번 방송을 통해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진짜 안녕’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