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들은 왜 트로트 가수에게 빠져 들었을까? 돈과 시간을 쏟아붓느라 24시간이 모자란 ‘중년의 덕질’.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30대 초반의 문PD가 가수 ‘영탁’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팬클럽 가입부터 굿즈 제작, 콘서트 후기는 물론 찐 덕후들의 집안 풍경까지, 중년 팬클럽의 일상을 리얼하게 공개한다.

찐찐찐 완전 찐팬이야
“가수 팬클럽이요? 그거 시간과 돈 낭비 아니에요?” 평생 가수를 좋아해 본 적도, 가수의 앨범 한번 사본 적도 없는 30대의 문PD. 엄마뻘인 중년들의 열정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 트로트 가수 팬클럽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마침, 외향적인 성격과 딱 맞는 팬클럽을 찾았으니, 바로 활발하기로 유명한 가수 ‘영탁’의 팬클럽이다. 첫 만남부터 기 쏙 빨리는 환영식과 찜통더위 속 야외 공연 대기까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문PD. 대가 없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문PD는 과연 찐팬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본명은 잊어!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팬클럽
영탁의 공식 팬클럽 내에는 약 100개의 소모임이 있다. 그 중 80여 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소모임 ‘영탁쓰 찐사랑’은 기부와 봉사를 활발하게 하는 소모임이다. 소모임의 리더인 ‘블루진’ 님(60세)은 여러 임원진과 함께 팬클럽 운영을 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 직장인, 엄마로 살아온 회원들은 팬클럽 안에서 방장, 고문, 통신부장 등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이름을 부여받는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는 팬클럽, 그곳은 중년 여성들의 ‘두 번째 청춘을 펼치는 곳’이자 주체적인 자아를 회복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문PD도 ‘앵두탁’이라는 닉네임을 부여받고 팬클럽 활동에 뛰어드는데...

아들 방이 어쩌다 영탁 방으로?!
영탁 팬클럽에 가입한 문PD는 소모임 방장인 ‘블루진’ 님의 집에 초대받는다. 방 안 가득 6년 동안 모은 영탁의 포스터와 굿즈로 가득하다. 팬클럽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중년 팬덤의 구매력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이 방은 아들이 쓰던 방이었어요. 아들이 결혼 후 영탁 방이 된 거죠” 블루진 님은 세 자녀를 키운 엄마다. 세 자녀 모두 결혼 후 ‘빈 둥지 증후군’으로 인해 깊은 상실감에 빠졌었고, 영탁의 노래를 통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다른 회원들 또한 팬클럽 활동을 통해 삶의 슬픔을 이겨내고 건강까지 되찾았다고 하는데...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팬클럽. 그들에게 덕질은 어떤 의미일까?

팬클럽은 유난? 주접? 과몰입?
팬클럽 가입부터 영탁 콘서트 직관까지. 전국을 누비는 중년 팬클럽과 함께 한 시간은 문PD에게 특별한 울림을 주었다. 누군가에겐 ‘유난’, ‘주접’이라 비칠지 모르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 여성일 뿐이었다. 가수를 향한 응원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힘찬 응원!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들의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블루진 (영탁 팬클럽 소모임 방장)
“사랑이죠. 누가 시켜서는 못 할 거예요.
누가 돈 줘도 못 해요. 영탁 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거죠”

- 문동주 PD
”모이면 자식 자랑, 남편 자랑, 돈 자랑 안 해요.
오직 가수 얘기만 하며 웃어요. 그래서 이분들이 행복한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