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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똘레랑스 - 수화는 언어다  
작성일 2006-05-22 조회수 21766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수화는 언어다” EBS 똘레랑스 “수화는 언어다 - 35만 청각장애인의 정체성에 관한 보고”
수화&구화 논쟁, 인공와우 수술 실태, 제2언어로 인정되는 미국 사례 소개

담당 : 김민태 (526-2905)
수화는 그 안에 희노애락은 기본이고 풍부한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 있는 독립된 언어입니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 대신 시각으로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손말, 즉 수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사렛대학 국제수화통역과 안영회 교수(청각장애2급) 이 땅의 청각장애인은 35만명에 달한다. 그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수화가 이 사회에서 불편 없이 쓰여야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수확 통역사 서비스의 활성화, TV 자막 방송의 확대 등의 일상생활을 도울 수 있는 개선 과제 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과 직업 선택 등 자아 실현 과정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수화의 위상을 높여가야 한다. ‘똘레랑스’는 그동안 청인(廳人)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수화(手話) vs 구화(口話) 논란’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해 간다. 더불어 수화가 언어로서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미국의 사례를 조망함으로서 그 대안을 살펴본다. <프로그램 주요 내용>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수화(手話) vs 구화(口話) 논란’ 접근 ! # 구화 논쟁 제 2 라운드 - 인공와우 수술 인공와우(人工蝸牛)란 소리를 뇌로 전달해 주는 달팽이관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인공적으로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하는 일종의 ‘인공 귀’. 고가의 이 수술이 올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술을 받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농아인들의 언어인 수화는 버리고 부모님의 욕심으로 수술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기계를 몸에 지니고, 다칠까봐 고장날까봐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는 이 아이들에게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집니까? - 한국농아인 협회 변승일 회장 듣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는 듣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문명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되찾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 - 한국난청인 가족협회 김주훈 회장 농인사회의 오랜 화두는 바로 수화 & 구화 논쟁이다. 즉, 농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수화를 기본 언어로 해야 한다는 입장과 주류 사회와의 통합을 위해 고도의 훈련을 통해 말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어 왔다. 이와 같은 농인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갈등의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바로 와우시술이다. 이 수술로 인해 농아인들의 귀가 열리고 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제작진이 방문한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 성공 사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휴일 이른 아침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청각장애 아동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은 언어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2-3세 유아기 아동에게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도 환자의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그러나 수술을 하고도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제작진이 이들을 직접 만나 그 차이를 확인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툼이라도 나서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어어..’하고 손짓 발짓을 하면 애들이‘너 바보야? 말 못해?“그래요. 심지어 부모들까지도‘아줌마 얘 바보 아네요? 얘 빨리 데리고 집에 가세요.’ 그럴 땐 민감해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슴 무너지더라고요. - 6세 청각장애 자녀를 둔 김은화 씨 (32세) 아이에게 곧 인공와우 수술을 시킬 생각이라는 김은화씨. 그는 아이에게 수화대신 눈물겨운 노력으로 구화를 가르친다. 이는 북미 선진국에서 청각장애를 발견한 부모들이 수화 교육을 받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다르다. 그 차이를 미국의 가정과 비교해 취재했다. # 농교육 현장에 수화가 없다 청각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인 한 농학교를 찾아 고교생들의 글짓기 실력을 테스트해 보았다. 놀랍게도 초중고 교육을 거친 이들의 문장 실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그러나 한창 지식을 습득해야할 학생들에게 수화가 능숙한 교사의 수는 역부족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수화 과목은 특수교육 교원 양성과정에서 필수 교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다. 졸업하더라도 현행 정책상 특수교사는 장애 전 영역을 통합하여 배출되기 때문에, 수화를 전혀 못하는 교사들도 농아학교에 부임할 수 있다. 게다가 뒤늦게 교육 현장에서 수화를 배우더라도 5년 마다 다른 장애 영역으로 순환배치가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내내 선생님 입모양만 보고, 친구의 필기를 빌려보는 것이 지겨웠다는 박재현씨(25). 목사가 되려는 꿈을 안고 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수화통역사를 약속했던 학교 측은 비용의 문제로 약속을 번복했다. 3학년 까지 지루한 싸움 끝에 결국 그는 대학의 문을 스스로 나왔다. # 원인은 청각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2002년 김미선 씨는 공장에서 작업 중 오른쪽 손가락 3지, 4지를 절단 당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평범한 산재사고로 처리되었지만, 청각장애인 미선 씨는 수화를 하는데 꼭 필요한 손가락을 잃음으로 언어 기능에 장해를 입고 실직과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재심사를 요청한 그녀가 들은 것은 “수화를 하는데 꼭 양 손이 필요한가?”라는 답변 뿐. 평생, 불편한 손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미선 씨는 손가락과 함께 언어도 잃어버렸다. 청각장애인은 일상에서도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매일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부터 수화통역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 35만 명에 수화통역사는 700여명,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텔레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파의 28%만 자막방송이 되는 실정. 농아인들이 정보접근에 차단된 것은 물론, 수화를 할 줄 모르는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어렵다. # 먼 길을 돌아 수화를 배우는 청각장애인 - 수화로 되찾은 나의 정체성 구화를 배우고 자라 성인이 되어서 수화를 뒤늦게 접하고 저와 똑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으로 확실하게 확인하고 대화하다 보니까, 나는 시각으로 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가졌구나, 하는 내 정체감도 알게 되고, 사회성도 더 좋아졌어요. -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통역과 안영회교수(청각장애2급) 안영회(40) 교수는 청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인 못지 않게 말을 잘한다. 그녀가 일반인처럼 말을 잘 하게 된 것은 어린시절부터 계속된 어머니의 엄한 구화 훈련을 통해서라고 하지만. 그러나 의외로 안 교수는 수화예찬론자이다. 뒤늦게 성인이 되어 수화를 배우면서 수화 속에 담긴 청각장애인으로서의 정체감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아무리 구화를 배워도 청각장애인들은 정보를 청각화 했을 때 보다 시각화 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녀는 수화를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인정한다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인공와우수술에 너도 나도 몰려들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 수화가 제2언어로 인정되는 나라 한국에서는 작은 일 하나도 친구나 아빠의 도움 없으면 할 수 있는게 없었는데, 이곳에는 청각장애인들도 스스로 처리 할 수 있어요. 무료로 지급받은 화상전화도 있고, 자막 방송도 이뤄지고 수화통역서비스가 항상 가능하죠. - 갈로댓 대학교 농학교 수석 졸업 정 훈씨 (33, 청각장애인) 워싱턴 D.C에 있는 농대학교 갤로댓 대학교. 모든 학과 개설이 농아인들에 맞게 되어 있고, 해마다 유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그야말로 농아인들에게는 꿈의 대학이다. 이곳 졸업식에서 제작진은 한국인 유학생 정훈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정훈 씨는 이 곳 농학과를 수석 졸업한 재원이다. 그런 그도 유학 오기 전 한국에서는 열등생이나 다름 없었다. 미술에 취미가 있어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입시를 치뤘지만 수화통역사도 없이 치러진 면접 시험. 통과할 리가 없었다. 이곳 갤로댓 대학에서 4년 동안 성적 우수 장학금을 놓쳐본적 없는 정훈씨는 다짐한다. 충분한 지원만 있으면, 청각장애인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한국농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 모든 학생들이 교육 받을 동등한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장애를 가진 학생이건 수업을 듣는데서 어떠한 어려움도 없게 도와주는 것이 뉴욕대학교 장애센터 방침입니다. - 뉴욕대학교 장애지원센터 스텝 팸 메이놀드 동등한 기회의 보장은 농학교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제작진이 찾아간 뉴욕대학에서도 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장애지원센터에서는 모든 장애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항시 제공하고 있다. 수업에서 수화통역서비스 뿐만 아니라, 자막을 원하는 학생은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비단 수업 뿐만 아니라 뉴욕의 풍부한 문화적 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학교 밖의 미술관이나 극장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곳 학생들은 ASL과 영어 두가지 언어로 공부를 합니다. ASL(미국식 수화)은 청각장애학생의 제1언어이고 영어는 제2 외국어입니다. - 뉴욕 제47 농아중고등학교 교장 마틴 포셔 저는 프린실라가 3살 반이었을 때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제 딸이 청각장애인이어서 수화를 배워야만 했습니다. 그 방법만이 그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프린실라 (제 47 농학교 재학생, 청각장애인)의 어머니 뉴욕에 자리잡은 제47 농아중고등학교. 비장애와 함께 통합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청각장애아동을 가르치는 교사의 자질은 엄격하게 묻는다. 바로 수화를 통해 각 전공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제작팀이 만난 밝은 미소의 17세의 프린실라는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프린실라의 가족은 그녀의 장애를 알게 된 뒤, 수화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인공와우수술을 권하는 의사도 있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프린실라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믿는 가족들. 이런 분위기 속에 프린실라는 다른 비장애학생들처럼 말썽도 피우고, 의젓하게 공부도 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청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특별 대우도, 차별도 없이 사는 삶. 한국의 청각장애인들이 바라는 삶도 바로 프린실라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아닐까. 이 땅의 35만 청각장애인들은 오늘도 꿈꾼다.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고 사용되는 그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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