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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도자료] EBS 금요극장-2012년 1월 방영 프로그램  
작성일 2012-01-05 조회수 10927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EBS <금요극장>

20121월 방영 프로그램

-씨클로, 이집트의 여인들, 나의 형제자매,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방송일시: 201216~27일까지 매주 금요일 밤 125

*프로그램 담당: 변광호, 김남연 PD (02-514-0952)

 

 

 

 

<씨클로>

 

방송일시: 201216() 125/ 감독: 트란 안 홍

출연: 레 반 록, 량차오웨이, 트란 누 엔 케 / 제작: 베트남, 1995

120/ 19

 

줄거리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씨클로를 운전하는 18세의 소년. 사람들 사이에 그는 그저 씨클로 보이로 통한다.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는 할아버지, 구두를 닦는 여동생,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누나. 이들 세 사람과 함께 도시 빈민구역에 사는 소년은 고달픈 삶 가운데서도 호치민 시를 누비며 꿈을 키워간다. 그러나 소년은 유일한 생계수단인 씨클로를 건달패에게 빼앗긴다. 빌린 씨클로의 대여료 조차 갚을 수 없는 그에게 씨클로 주인은 대여료를 갚는 대신 자신의 수하에 있는 갱 조직에서 일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엔 마지못해 이들에게 협조하던 소년은 차츰 약간의 눈속임만으로도 손쉽게 돈을 버는 범죄 세계에 빠져들어 간다. 마침내 시인(Poet: 양조위 분)이 속해있는 갱 조직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면서 소년은 빠른 속도로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가난과 절망이라는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의 길을 택한 인물 시인은 소년의 누나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매춘을 알선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의 누나는 시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 때문에 그가 알선하는 매춘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시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준다.

 

주제

<씨클로>는 베트남 가족과 몰락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그린 파파야 향기>로 데뷔하며 베트남 영화의 부활을 알린 트란 안 홍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대부분의 장면이 집안에서 이루어지고 아름다운 녹색의 향연을 펼치며 베트남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품게 했던 <그린 파파야 향기>와 달리 <씨클로>는 베트남의 현재를 직시하며 빈곤과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베트남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씨클로>10여년이 지난 후에도 힘을 잃지 않는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던 세상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빈곤과 폭력으로 물든 현대 사회에서 도덕적 지표를 상실하고 부유한 현대인들의 고민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클로는 단순히 생계수단을 넘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표로 힘차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감상 포인트

<씨클로>90년대 예술영화의 특징인 사회반영적이며 사실주의적인 경향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작가 감독이 지닌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이는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과 유사한 플롯을 차용하면서 트란 앙 홍 감독이 펼쳐내는 독특한 몽환적 스타일이 겹쳐있다. <씨클로>는 청년이 씨클로를 잃어버리기 전과 후을 경계선으로 스타일의 차이를 보인다. 초반부는 다분히 사실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정직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의 삶이 보여진다. 주인 없는 저울로도 쉽게 돈을 벌지 않겠다는 할아버지처럼 이 가족에게 옳고 그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청년이 씨클로를 잃어버린 후, 영화는 마치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청년이 범죄에 빠져들며 옳고 그름의 기준과 방향을 잃어가면서 영화 역시 변해간다. 처음으로 사람을 해치고 흙투성이가 된 청년. 클로즈업으로 잡힌 그의 얼굴에는 벌레가 우글우글하고, 오물을 씻기 위해 어항에 얼굴을 담그지만 방향을 잃어버린 카메라 앵글처럼 그의 세상은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씨클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파괴된 가정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권력가인 마님은 어린 시절 임신한 채 버림받고 정신지체인 아들과 살아가고, 시인 역시 범죄의 길에 접어들며 아버지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청년의 집안 역시 청년과 누이의 몰락과 함께 서서히 붕괴되어 간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 밤, 모든 인물들은 절망의 끝으로 추락해 간다. 이들을 구원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이 절망끝에서 청년을 구하는 것이 아버지의 망령임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잃어버린 방향감각을 되찾아 주는 것은 청년의 아버지이다. 범죄에 빠진 청년이 자신의 세계가 잘못된 것을 깨닫는 것은 아버지의 잔인한 죽음을 꿈꾸면서 시작된다. 약물에 취한 청년은 지독한 환영에 시달리고 스스로 생명을 끊으려하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가 환영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 마님의 아들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피범벅이 되어 쓰러지고, 시인은 집에 불을 내고 그 안에서 불에 타오른다. 새해 아침이 밝아오고, 마님은 재로 변한 시인의 집을 보며 청년을 놓아준다. 피와 불로 정화된 세상에서 청년은 다시 한 번 씨클로에 자신의 가족을 싣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감독

12살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가서 류미에르 영화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였다. 1987년에 졸업한 뒤 두편의 단편을 만들었으며, 1993년에 만든 장편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가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였으며, 두번째 작품 씨클로1995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집트의 여인들>

 

방송일시: 2012113() 125/ 감독: 유스리 나스랄라

출연: 모나 자키, 마흐마우드 헤미다 / 제작: 이집트, 2009

130(HD) / 19

 

줄거리

<이집트의 여인들>은 텔레비전 토크쇼의 호스트인 헤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헤바는 얼마 전 신문사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카림과 재혼하였다. 카림은 최대 규모의 정부 운영 신문의 다음 편집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지만 그의 아내가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을 자제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남편의 성공을 위해 헤바는 주제를 정치에서 여성 문제로 바꾸지만 그녀의 토크쇼는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주제

201012월 말,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명 재스민 혁명은 24년간 집권하던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을 퇴임시키며 아프리카의 장기집권 독재국가로 혁명의 불을 붙였다. 2011년 이집트 역시 이 혁명에 동조하였고, 30년간 집권해오던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을 사임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인권단체는 이집트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기소나 재판없이 수감된 사람이 5,000명에서 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할 정도이니 이집트의 폭압적인 정치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분위기에서 태어난 영화가 <이집트의 여인들>이다.

전설이나 신화에 기초한 멜로드라마가 주를 이루던 이집트 영화계에 최근 몇 년간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청년실업문제, 자유연애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억압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속속 제작되면서 이집트 내에 불기 시작한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2009년 제작된 <이집트의 여인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등장한 용감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집트의 여인들>의 원제는 “Scheherazade, Tell Me a Story"이다. , ‘세헤라자드, 이야기를 들려줘요라는 의미이다. 세헤라자드는 유명한 천일야화의 주인공이다. 결혼한 첫날 밤 아내를 죽이는 왕과 결혼한 세헤라자드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천일동안 계속되고 결국 왕은 그녀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집트의 여인들>에서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세헤라자드이다. 생존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그녀들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는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처럼 그녀들의 삶이 보장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계속된다.

 

감상 포인트

영화는 헤바의 쇼에서 소개한 세명의 이집트 여성들과 헤바가 가정에서 겪게되는 남편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회적 관습을 떠나 사랑을 추구하며 평생을 처녀로 지내다 결국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 여성의 이야기,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하인과 결혼을 결심한 세자매가 결국 하인에게 농락당한 후 그를 살해한 맏언니의 이야기, 그리고 좋은 사회적 배경을 무기로 여성을 유혹한 후 돈을 뜯어내는 상류층 사기꾼에게 당한 치과의사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을 빌려 소개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여성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여성에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을 통해 이집트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과 부패한 권력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억압적인 권력은 사회를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종교적인 계율을 강조하고 사회적, 경제적 계급을 고착화하려고 노력한다. 여성들은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권력하에서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떠오른다. 그들의 재산권은 보장받지 못하며, 개인적인 욕망 역시 용납되지 않는다. 헤바의 토크쇼에 등장한 모든 여성들은 경제적 육체적 억압의 희생자들이다. 경제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처녀로 살아야 했던 여성과, 남자에게 처녀성을 잃고 최소한의 사회적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침묵을 강요당해야만 했던 것이다.

능력있는 남편과 결혼하고, 안정된 직장과 명성을 갖고 있으며,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한 헤바 역시 베일을 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살아가며 남자들의 횡포와 폭력에 희생당하는 다른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그녀가 누려왔던 혜택은 결국 그녀가 남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때에만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헤바는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의 마지막 초대 손님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이집트의 여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한다.

 

감독

1952년도 카이로에서 태어난 유스리 나스랄라는 이집트인 영화감독이다. 그는 카이로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으며 1978년에서 1982년까지 베이루트에서 영화 평론 일을 했고 영화 감독 보조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유세프 샤힌의 어시스턴트로 일했고 유세프 샤힌의 회사 미스르 인터네셔널이 그의 영화를 제작했다. 나스랄라의 작품은 좌익주의, 이슬람 원리주의, 국회 추방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의 형제자매>

 

방송일시: 2012120() 125/ 감독: 유종

출연: 양영기, 강무 / 제작: 중국, 2003

93/ 15

 

줄거리

70년대 초, 평범한 음악교사인 주인공은 사상이 불손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해고된다. 그에게는 아내와 열 살이 채 안된 아이들이 있다. 아내는 가사일과 남편의 실업으로 피로가 겹쳐 조금씩 약해져 간다. 쓰러진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던 남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20년 후, 성인이 된 사첨은 행방을 모르는 형제들을 찾고자 한다.

 

주제

<나의 형제 자매>는 가족영화이다. 그러나 특정한 시대적 배경을 통해 당시 중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70년대 중국은 외교적인 변화를 겪었던 시기이다. 1971년 시작한 핑퐁외교로 미국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우호적으로 변화하며 대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국이 외교적 우위를 점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중국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였다. 이데올로기의 냉전관계는 여전했고 소련과 중국의 세력 겨루기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나의 형제 자매>는 이러한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버지가 사상문제로 직장을 잃고, 갑자기 부모를 잃은 사남매를 거두기엔 힘겨운 사촌의 경우는 그래서 현실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시티엔을 입양한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갈수 있었던 이유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에 대한 부분에는 어느 정도 중국에 대한 선전영화적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가족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같다. 서로 알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함께 얼어붙고, 녹아들며 하나가 된다. 그리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겨울의 한파와 고통을 이겨내고 결국 만나게 되는 사남매의 끈끈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상 포인트

1970년대 중국의 개방적인 외교정책으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서방세계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몇은 중국으로 돌아오기보다 망명을 선택하였다. (얼마 전 개봉한 <마오의 라스트 댄서> 역시 이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발레리노의 망명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리춘신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된 시티안이 중국에 돌아왔을 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그녀가 중국에 머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시티안이 가족이 있는 중국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은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국가, 가족의 가치를 일깨우는 국가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문제를 뒤로 하면, <나의 형제 자매>는 여전히 마음을 적시는 가족드라마로서 충실한 영화이다. 이 감동은 눈물겨운 형제애를 통해 이루어진다. 과거를 통해 보여지는 사남매의 모습은 다정하기 이를 데 없다. 서로 토닥거리며 쉼 없이 다투지만 아픈 막내 동생이 먹고 싶어하는 과일통조림을 사기위해 용돈을 포기하고, 동생들에게 침대에 누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은 이들이 나누는 잔잔한 형제애를 일깨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동생들을 키울 수 없어 스스로 양부모를 찾아주는 맏이 이쿠의 슬픔과 절망은 눈물겨운 감정의 최고조를 이룬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이 한 장의 사진이다. 사남매의 과거는 이 가족사진을 찍던 날 시작한다. 사진기 앞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어린 아이들과 지쳐버린 부모님이 우여곡절 끝에 가족사진을 찍는데 성공한다. 이 사진은 그들의 행복했던 순간을 포착한다. 헤어지기 직전, 이쿠는 동생들에게 이 사진을 한 장씩 나누어준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나누어준 이 사진은 결국 진정한 행복이란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감독

유종 감독은 2001년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한 <나의 형제 자매>를 시작으로 2003<아적미려향수>, 2007<향파랍신사>, 2009년 멸종 위기에 놓인 판다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영화 <팬더의 집으로 가는 길>을 연출한 감독이다.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방송일시: 2012127() 125/ 감독: 차이밍량

출연: 이강생 / 제작: 대만, 2006

115/ 15

 

줄거리

대사를 극도로 배제한 채, 외로움의 치명적인 상처에 대해 말하고 있는 차이밍량의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라왕은 불랑배들에게 얻어맞아 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극진한 간호를 한다. 근처 커피숍의 웨이트리스는 식물인간이 된 여주인의 아들을 돌봐야 한다. 몸이 회복된 노숙자는 우연히 웨이트리스를 만나 가까워지지만, 라왕은 절망에 빠진다. 도시를 잠식한 외로움을 드러내는 차이 밍량의 치밀한 연출이 더욱 정교해졌으며, 리 캉생 또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쳐보인다.

 

주제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는 말레이시아 출신이면서 대만에서 활동한 차이밍량 감독이 모국에서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인을 외국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냉혈한 인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관광객 유치사업을 벌이던 시기와 맞물려 발표된 이 영화가 정부 입장에서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밍량에게 말레이시아는 대만이 그렇듯 소외된 사람들의 고독이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으로 존재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은 건설이 중단된 건물이다. 그곳은 노동의 공간이며 동시에 죽은 공간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이주해 왔지만 건설이 중단되면서 그들을 불법이민자로 전락시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인물들에게 피난처같은 공간으로 자리잡는다. 건물 바닥에서 솟아오른 물웅덩이는 고여있는 죽은 물이지만 노숙자는 그곳에 낚시대를 드리운다. 그리고 그들은 드디어 함께 잠든다. 그래서 <홀로 잠들고 싶지않아>는 조국에서 촬영한 차이밍량의 첫 번째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을 선사한다. 비록 그곳이 어두운 도시의 이면일지라도 차이밍량이 갈망하던 평화와 구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차이밍량의 대부분의 영화에 주연을 맡아 온 이강생이 이 영화에서 노숙자를 맡아 연기한다. 여기서 이강생은 노숙자와 전신마비가 된 청년을 모두 연기한다. 그 둘은 달라 보이지만 같다. 두 사람은 모두 타인의 보살핌과 애정을 갈구하며, 그들없이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존재만으로 타인에게 삶의 의미가 된다. 인간은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만큼이나 애정을 줄 대상을 애타게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에 찬 얼굴로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강생의 존재는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한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감상 포인트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에는 주요 인물 간에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신이 마비된 청년의 어머니가 집을 팔려는 아들에게 화면 밖에서 던지는 한마디가 전부이다. 영화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목소리, 도시의 소음, 길거리와 카페에 앉아있는 얼굴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무의미한 대화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방글라데시인인 노동자와 대만인인 노숙자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만인 노숙자와 말레이시아인인 웨이트레스 역시 소통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눈길과 손길로 애정과 욕망을 전달한다. 이들 세사람 사이에 움직이는 감정과 욕망은 매트리스를 통해 표현된다. 노동자가 길에 쓰러진 노숙자를 매트리스에 실어 집으로 데려오면서 그 둘 사이에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매트리스에서 둘은 함께 잠든다. 다른 노동자를 피해 둘만의 공간을 얻기 위해 그들은 매트리스를 공사중인 건물로 옮긴다. 후에 노숙자는 웨이트레스와 함께 매트리스를 훔쳐 그녀의 집으로 옮긴다. 그리고 노동자는 매트리스를 찾아 그들을 찾아온다. 매트리스는 구원이며, 연민이며, 동시에 사랑이다. 영화 속 라디오에서 흥미롭게도 매트리스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매트리스는 얼마나 써야할지 어떤 경우에 새 매트리스로 바꿔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이미 누군가에게 버려진 매트리스는 이들의 품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냄새가 나고, 벌레가 생긴 매트리스는 이들에게 욕망을 확인하고, 존재를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공간이다.

 

감독

대만의 중국 문화대학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전공한 뒤, 극장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작업, TV 연출을 통해 역량을 쌓아나갔다. 199210대들의 방황과 우울을 다룬 청소년 나타로 데뷔했으며, 이때부터 그의 작품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배우 이강생과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동경국제영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청소년 나타는 도시 속의 소외와 단절이라는 차이밍량의 일관된 관심이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타이페이 3부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애정만세(1994)는 서로 엇갈리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일상과 섹스를 통해 현대사회의 우울한 이미지를 그려낸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시켰다.

그의 가장 우울한 비전을 보여주는 하류(1996)는 동성애를 다룬 우울하고 무미건조한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후 2006년도에는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를 제작하며 대만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경쟁에 초청을 받았다. 차이밍량은 스타일의 변화는 있었지만 인간의 고독과 내재된 욕망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표현해 왔다.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는 이전 작품들보다 한층 더 단순화된 미학과 절제된 대화로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절대적 고독감을 표현한다. 또한, 그는 대만 뉴웨이브 두 번째 흐름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후 샤오시엔(후효현), 양덕창과 비교되는 인물이다.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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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첨부파일[20120105 보도자료] EBS 금요극장-2012년 1월 방영 프로그램.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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