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학산책』 김윤영의 <유리동물원>
서술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투영되는 한 개인의 삶. 사라진 석희의 행방을 추적하는 인터뷰들을 따라가면, 도시적 일상에서 정체성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생활공간이자 현대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코엑스몰''이 ''유리동물원''이라는 결말이 의미심장하다.
방송일 : 2004년 1월 23일 금요일 오후 12 : 10 - 1 : 20
연출 : 백경석 PD (526-2687, 017-277-3789)
● 김윤영은...
김윤영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와 성균관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제1회 창비신인소설상에 「비밀의 화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을 받은 우리 소설계의 젊은 유망주이다. 김윤영의 소설은 세태적인 소재를 재치있게 포착하여 속도감있게 펼친다. 명품족, 만성우울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 교육계의 부조리, 가출청소년, 다단계판매조직의 인간파괴 등 신문 사회면에서 쉽게 볼 만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시대상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당대성이 살아있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생활의 결들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유리동물원은...
「유리동물원」은 여행사 직원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아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남석희''의 삶을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조명해보는 인터뷰 형식의 작품이다. 타자의 시선에 비친 삶은 진술자에 따라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평가들이 엇갈리면서 모호하게 다가온다. 유능한 직장인이지만 신경쇠약증, 망상장애 등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복잡한 사정이 차츰 드러나면서, 도시적 일상에서 정체성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세대의 생활공간이자 현대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코엑스몰''이 ''유리동물원''이라는 상징으로 갈무리되는 결말도 의미심장하다.
● 줄거리
여행사 직원으로 별 문제 없이 생활하던 남석희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인터뷰어(interviewer)는 석희 주변의 사람들에게 석희의 행방을 물어본다. 여행사 부장과 박대리는 석희가 착실하고 유능한 직원이라고 한다. 일을 열심히 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동료 ''신정''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석희같은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남자와의 ''썸씽''때문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몇 주전부터 기분이 좋아 이유 없이 식사를 사기도 하고 또 별일 없이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며, 석희가 사라진 것은 사랑의 도피행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냉면집 박씨는 동네 슈퍼 총각이 석희의 어깨를 움켜쥐고 애원하는 걸 봤다며, 슈퍼총각이 석희를 쫓아다니며 스토킹을 했다고 한다. 세탁소 주인은 석희를, 맡기지도 않은 옷을 맡겼다고 몇 번이나 우겼던 이상한 손님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 동창인 숙자는 석희 집에서 수면제 통을 봤다며 스토커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다고 한다. 남자가 생겼다고 소개시켜준다고 했지만, 숙자는 남자는 못 만나고 석희의 멍한 모습만 보았다. 여행사 손님인 윤정 또한 석희가 회사사람들과 맞지 않아 힘든 것 같았다며, 소개시켜주는 남자는 마다하고 뜻밖에 코엑스몰에 사는 노숙자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커피점 주인 또한 석희에게 책 ''월든''을 찾아주기 위해 커피점 안으로 들어온 건방진 노숙자를 기억한다. 대학교 동창인 은영은 코엑스몰 노숙자가 사기꾼이라고 한다. 은영은 노숙자가 사기치느라 번드르르한 말만 늘어놓고 있는 걸 모르고 대학교때의 감상에 빠져 지내는 석희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석희는 멀쩡하게 차려입고 영화관에 나타난 노숙자와 영화까지 함께 보는 등 최근에 노숙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석희에게서 그 노숙자가 없어졌다며 슬퍼하는 전화가 왔다는데, 과연 석희의 행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