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영암호, 가창오리에 물들다

 

가창오리는 세계적인 희귀조로 전 세계 개체수의 약 95%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그렇기 때문에 가창오리가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2012년의 겨울, 자연이 선사하는 위대한 감동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한반도 끝자락인 전라남도 영암호! 지금 영암호는 가창오리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신비로 매일 저녁 물들고 있다. 가창오리가 처음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곳은 달성군 가창면 낙동강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가창오리다. 북한에서는 얼굴의 태극무늬 때문에 태극오리 또는 반달오리로도 불린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닐 텐데 녀석들의 비행은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질서정연하다. 영암호의 물과 하늘을 수놓는 가창오리의 날갯짓! 그러나 아름다운 군무를 앞으로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영암호 주변은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개발계획에 포함되어 개발열풍으로 뜨겁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반도의 하늘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특별한 군무를 감상하는 선물을 받은 만큼 우리는 세계적인 희귀조인 가창오리를 보호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함께 인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방송일시: 2012년 1월 10일(화) 밤 11시20분

 

 

 

 

# 멀고 고단한 비행! 가창오리를 품어주는 영암호

 

영암호는 먹이가 풍부한 개펄과 넓은 수면 그리고 따뜻한 기온 때문에 철새들의 이동통로이자 중간 기착지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3,000km가 넘는 길고 고단한 여정으로 비행해 온 가창오리를 포함한 귀한 손님들을, 영암호는 품어주고 있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황새, 영암호의 갈대밭에 교묘히 숨어있던 은신술의 달인 알락해오라기 그리고 보기 드문 맹금류인 흰죽지수리까지 영암호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철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 세계 최고의 안무가, 가창오리의 미스터리한 비행

 

우리나라에서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가 전 세계 개체수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지만 가창오리에 대한 생태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녀석들의 군무에는 몇 가지 이유 있는 비밀이 있다. 영암호가 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 가창오리도 하늘을 물들일 공연 준비를 시작한다. 야행성 조류인 가창오리는 낮 시간에는 포식자를 피해 호수 가운데서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자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먹이터로 이동을 한다. 이동 비행에 참여하는 무리의 60% 정도는 새끼로 이루어졌는데, 새끼 오리들은 이동방향이나 지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미를 따라 이동하게 되어 무리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오리류 중에서도 소형 종에 속하는 가창오리의 무리 진 이동은 먹이를 쉽게 구하고, 천적의 출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창오리의 비행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군무의 비밀은 풀지 못한 채 자연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 가창오리의 마지막 안식처, 위기를 맞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가창오리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한반도의 땅끝마을인 해남의 고천암이었다. 그러나 고천암 주변 농경지에 농사의 편리함을 위해 포장도로가 들어서고 대형트럭이 다니면서 가창오리는 사람들에게 방해받기 시작했다. 또한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볏단을 태우기 시작하면서 가창오리가 먹을 낱알은 점점 줄어들었다. 더 이상 안전한 쉼터가 되지 못한 고천암! 그렇게 내몰린 가창오리가 고천암을 떠나 새로운 안식처로 삼은 곳이 인근 영암호다. 그러나 최근 영암호마저도 개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현재 영암호 주변에는 F1경기장이 들어서 있고, 곧 그 옆에는 대형관광도시가 세워질 예정이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한반도의 마지막 땅 영암호! 더 이상은 갈 곳이 없는 가창오리는 다음해에 어떤 선택을 할까?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