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도시의 방랑자, 길고양이

 

-길에서 나고 자라며 결국 그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생명이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봉투를 헤집고 주택가에서 밤낮으로 울어대는 통에 미운털이 박힌, 길고양이. 도시라는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길고양이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길고양이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콘크리트 숲 속에서 길고양이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해야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배고픈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녀석들이 도시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봐주는 일명 ‘캣맘’들이다. 취재진이 길고양이를 쫒아 다니며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과 사연을 통해 도시의 방랑자 길고양이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길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모색해본다.

 

* 방송일시: 2012년 3월 5일(월) 밤 11시 10분

 

 

# 길고양이를 향한 미움, 그리고 학대

마치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와 같은 길고양이의 발정음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했고 먹이를 얻기 위해 길거리의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녀석들의 행동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죄명으로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미워했다. 뿐만 아니라 특별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고양이의 생김새 그 자체를 이유로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싫어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극도의 미움은 녀석들을 학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서대문구의 한 공원에서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불에 탄 채 죽어있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저마다 끔찍한 사연을 갖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녀석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가여운 길고양이가 우리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 길 위에서의 고단한 삶

집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다. 하지만 온갖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고작 2~3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상하거나 염분이 많은 음식쓰레기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시멘트 바닥을 흐르는 깨끗하지 못한 물로 목을 축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길고양이는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 특히 길고양이는 태어난 지 3개월 이후에 살아 있을 확률이 30%가 안 된다. 그러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다정히 불러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캣맘이다. 캣맘들은 길고양이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먹이와 깨끗한 물, 그리고 사랑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하지만 일부에선 캣맘들의 이런 행동마저도 못 마땅해 하기에 캣맘들은 언제나 가시방석이다.

 

# 사람과 길고양이, 따로 또 같이

길고양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울의 한 구청은 고양이들이 싫어하는 목초액과 레몬 향을 쓰레기봉투에 첨가해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려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 했다. 우리가 길고양이를 조금 더 품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의 유기적인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TNR(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포획-불임수술-제자리방사라는 절차를 거치는 TNR은 현실적으로 길고양이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사람과 길고양이 사이에 있는 마음의 문을 좁혀가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길고양이는 우리에게 조금씩 더 다가올 수 있었다. 사람과 길고양이가 따로 또 같이 걸어가는 행복한 동행, 공존의 의미를 조명해본다.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