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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세계의 명화' - 체코 영화와의 만남  
작성일 2007-05-29 조회수 18061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EBS『세계의 명화』‘체코 영화와의 만남’ 60년대 체코 뉴웨이브 작품 중심으로 총 5편 방영 동유럽의 색다른 영화 만날 수 있는 기회
‘화장터 인부’(Spalovac Mrtvol / The Cremator) 6월 2일 ‘데이지’(Sedmikrasky / Daisies) 6월 9일 ‘목신의 매우 늦은 오후’(Faunovo Velmi Pozdni Odpoledne /The Very late Afternoon of A Faun) 6월 16일 ‘금발 소녀의 사랑’(Lasky Jedne Plavovlasky / The Loves of A Blonde) 6월 23일 ‘밀란 쿤데라의 농담’(Zert / The Joke) 6월 30일
방송 : 매주 토요일 밤 11시 ~
문의 : 김성숙 PD(526-2634)
EBS ‘세계의 명화’는 6월 한 달 간 60년대 체코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밀로스 포먼의 체코 3부작을 이루는 ‘금발 소녀의 사랑(1967)’, 체코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베라 히틸로바의 ‘데이지(1966)’, ‘목신의 매우 늦은 오후(1983)’, 죽음 충동을 에로틱한 분위기와 결합한 유라이 헤르츠의 ‘화장터 인부(1968)’, 체코의 새로운 물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야로밀 이레스의 ‘밀란 쿤데라의 농담(1969)’ 등 총 5편의 체코 영화가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 밤 시청자를 찾아간다. 세계 영화사에서 60년대는 ‘새로운 물결’의 시대였고 체코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코의 새로운 물결은 안제이 바이다와 로만 폴란스키의 폴란드, 알렉산더 페트로비치와 두상 마카베예프의 유고슬라비아, 이스트반 자보와 미클로시 얀초의 헝가리 등의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묶여 거론되곤 하지만, 세계 영화계에 행사했던 그 영향력만큼은 더 컸다. 1963년 이후 프라하 영화학교(FAMU) 출신의 밀로스 포먼, 이리 멘젤, 베라 히틸로바, 야로밀 이레스, 얀 네메치 등이 이끌었던 체코의 새로운 물결은 단순히 특정감독의 돌출을 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던 것이다. 특히 1966년부터 체코 예술가들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스탈린주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을 조직했다. 1968년 여름 프라하에서 울려 퍼지던 ‘자유 체코’의 외침이 소련 탱크의 캐터필러에 짓밟히자 일부는 서방 세계로 떠났고, 남은 이들은 정치 상황에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미학적으로 특출하면서도 뛰어난 영화를 만들었다. 먼저 주목할 영화는 밀로스 포먼의 <금발 소녀의 사랑>(1965)이다. <블랙 피터>(1963), <소방수의 무도회>(1967)와 함께 밀로스 포먼의 체코 3부작을 이루는 <금발 소녀의 사랑>은 피아니스트를 사랑하는 한 여성 노동자의 사랑을 담는다. 그리고 체코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베라 히틸로바의 <데이지>(1966), <목신의 매우 늦은 오후>(1983)는 여성성과 젠더 관계를 둘러싼 풍자가 돋보이는 영화로, 체코 페미니즘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 작품 외에도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양식 속에 죽음 충동을 에로틱한 분위기와 결합한 유라이 헤르츠의 <화장터 인부>(1968), 체코의 새로운 물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야로밀 이레스의 <밀란 쿤데라의 농담>(1969)도 주목할 만하다. [ 영화 소개 ] 부 제 : 화장터 인부 원 제 : Spalovac Mrtvol / The Cremator 방 송 일 시 : 2007년 6월 2일 토요일 밤 11시 감독 : 유라이 헤르츠 출연 : 루돌프 흐루신스키, 블라스타 크라모스토바, 야나 스테노바, 밀로스 보그닉, 일랴 프라샤르, 조라 보지노바, 에두아르 코훗 제작 : 1968년 / 체코 / 96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주인공(루돌프 흐루신스키)은 부족함 없는 부르주아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산 계급 시민이다. 언제나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라 말하고 아내를 포함한 식구들에게 ‘천사’라고 부르는 그는 얼핏 보기에 마음씨 좋고 너그러운 가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편협한 나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유대인에 대한 살인과 밀고를 서슴지 않는 부역자로 변한다. 사람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그 생각들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혹은 ‘크리스마스는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읊조리는 그에게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은 제거돼야 마땅한 것이다. 너무나 평안한 얼굴로 교수형을 집행하기도 하는 그는 이데올로기가 낳은 희생자나 다름없다. 주제 <화장터 인부>는 나치즘에 물든 시대의 어두운 공기를 담아내고 있다. 라디슬라프 푹스가 쓴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1930년대 후반, 독일 점령 치하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호러 요소가 가미된 희비극 영화다.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여 살아가며, 쉽게 조작당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인간이란 존재가 부조리한 것인지 증명하는듯하다. 마치 아름다운 세상을 찬양하는 듯한 그의 계속되는 독백이 더욱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여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부르주아의 편협한 모습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 한 남자의 비극같은 삶을 보여준다. 감상 포인트 <화장터 인부>의 이미지는 기괴하다. 영화 처음부터 동물원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사람 이마의 주름과 악어 피부의 주름을 교차편집해서 보여주는 등, 동물들의 모습을 극도로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왜곡된 화면들이 묘한 공포를 자아내는데 그것은 주인공의 뒤틀린 심성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다. 한 여자를 목욕탕에서 줄에 매달아 죽이고, 그 매달린 여자 아래서 고양이에게 먹이로 우유를 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준다. 게다가 거기에 깔리는 음악은 무척 우아하다. 이러한 극렬한 대조법이 <화장터 인부>를 시대배경을 감안할 때 사뭇 충격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감독 1934년 체코 케즈마록에서 태어났다. 유라이 헤르츠 감독은 1950-58년 사이 국립프라하연극학교(DAMU)에서 연출과 인형극을 공부했다. 이후 극장에서 다년간 연출 경험을 한 후, 바란도프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에 발을 들여 놓았다. 개인의 정신 상태와 신체 조건에 대한 병리학적인 분석을 담은 첫 번째 장편영화 <암의 징후>(1966)로 주목받은 그는 <화장터 인부>(1968)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대표적인 동유럽 감독의 한 사람이 됐다. <화장터 인부>는 시체스-카탈루냐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모르기아나>(1972), <도자기 공장의 소녀>(1974), <내 사랑의 날들>(1976), <밤의 포로>(1985) 등의 대표작을 내놓았다. <내 사랑의 날들>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북미지역에도 그의 작품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87년 독일로 거주지를 옮기기도 했던 그는, 지속적으로 TV 드라마 작업을 병행하며 현재 슬로바키아 보헤미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 제 : 데이지 원 제 : Sedmikrasky / Daisies 방 송 일 시 : 2007년 6월 9일 토요일 밤 11시 감독 : 베라 히틸로바 출연 : 이트카 세르호바, 이바나 카르바노바, 줄리어스 알버트, 얀 클루삭 제작 : 1966년 / 체코 / 74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영화가 시작하고 전쟁의 이미지가 나열되고 나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두 여자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 그들이 움직이는 이미지 위에 문이 삐걱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도 비현실적이다. 삶은 지루하고 세상은 썩었다고 말하는 한 여자의 머리 위에 화관이 놓여 있다. 다른 여자가 그건 왜 썼느냐고 물어보니 “처녀로 보일 것 같아서”라고 답한다. 이렇게 ‘마리’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소녀(이트카 세르호바, 이바나 카르바노바)는 세상이 썩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일탈적인 행위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려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다 쫓겨나기도 하고, 남자친구라고 하기에는 한 나이 든 남자를 농락해서 돈을 쓰게 하고는 레스토랑에서 게걸스럽게 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한 두 소녀는 또 다른 길을 찾아나선다. 주제 <데이지>는 유별난 몽타주와 이미지의 왜곡 등 다양한 영화장치를 통해 무정부주의적인 유머를 선사하는 베라 히틸로바의 대표작이다. 여기서 두 소녀의 행동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의 청춘 스타들을 보는 기분이다. 그 두 명의 마리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이름의 두 여자가 등장하는 설정은 대개 대립되는 두 자아를 가진 하나의 분열적 인격체를 표상하기 위해서인데, 이 영화에서는 둘이자 하나라는 여성의 연대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두 여자의 연대성이 발휘되는 대목은 권위적이고 성욕에 눈먼 남성들, 고루한 사회 등을 곯려주는 유쾌한 음모에서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조잡한 몽타주와 이미지 실험은 경직된 미학에 대한 조롱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당대 체코 프라하 사회가 닫힌 사회주의 국가였음을 감안할 때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될 것이다. 감상 포인트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 두 명의 마리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가는 것이다. 두 마리의 막무가내 퍼포먼스는 갈수록 태산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계속되는 점프컷, 색깔의 변화, 사운드의 중첩은 그녀들의 막가는 인생을 화려하게 묘사한다. 연속적인 편집과 일관성 공간적 통일성을 일부러 거부한다. 침대 위에서 던진 꽃이 다음 장면에서는 바로 개울 위에 떨어지는 식이다.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컬러로 바뀌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한다. 거기에다 시종일관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저속촬영 등 굉장히 다양한 카메라 실험까지 계속된다. 지금으로서는 ‘일탈’에 대한 묘사라는 측면에서 다소 관습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를 감안하면 이러한 묘사와 기법은 무척 혁신적인 것이었다. 감독 1929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태어났다. 베라 히틸로바는 체코 뉴웨이브를 주도한 인물이며,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성 연출가이기도 하다. 밀로스 포먼이나 이리 멘젤처럼 프라하영화학교(FAMU) 출신인 히틸로바는 최근까지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졸업 후 단편영화 작업을 해오던 그녀는 장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1963)을 통해 만하임-하이델베르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렸다. 두 번째 영화 <데이지>(1967)는 생기발랄하고 맹랑한 두 소녀의 인생유희를 비디오 퍼포먼스 형식으로 담은 작품이다. 불연속적인 내러티브, 극단적인 이미지간의 충돌, 젊음과 미모를 이용해 남자들과 즐기려드는 인물들을 통해 <데이지>는 무정부주의적 자유를 꿈꾼다. 베라 히틸로바의 영화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도발적인 은유나 상징을 스토리와 인물 간 관계 속에 또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통해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어리고 순수한 여간호사와 구속을 싫어하는 바람둥이 의사간의 로맨스를 담은 <사랑 게임>(1976)은 사랑과 임신, 출산이 지닌 의미를 근접해서 다룬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음에도 남자에게 의존하기를 거부하는 강한 여성상을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히틸로바 감독은 막 태어나는 아이의 모습과 사과 열매의 가쁜 편집을 극의 맥락과 상관없이 시도한다. 최근작인 <올가미>(1998)의 여주인공은 수의사다. 갓 태어난 돼지에게 거세수술을 하는 장면 클로즈업은 <사랑 게임>이 보여준 이미지와 더불어 매우 강렬한 도발에 속한다. <올가미>의 여주인공은 자신을 강간한 두 남자의 성기를 거세한다. 이처럼 히틸로바는 당대 현실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도발적인 형식과 함께 자신의 작품에 담아왔다. 체코에서 최초로, 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페미니즘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는 감독이기도 한 히틸로바는 여성성과 젠더 관계를 둘러싼 날카로우면서도 풍자적인 통찰들을 전반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정치색이 짙은 영화들에 담아낸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녀의 시각은 본질론의 함정에 빠지거나 선언적인 주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남녀 각자가 보여주는 태도나 관계성을 더 커다란 사회적 맥락이나 좀 더 복잡한 심리적 지형도 속에 위치 짓고 또 묘사해나간다. 고령에도 불구,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히틸로바는 최근 <대책없는 인생>(2006)이라는 영화를 완성했다. 부 제 : 목신의 매우 늦은 오후 원 제 : Faunovo Velmi Pozdni Odpoledne / The Very late Afternoon of A Faun 방 송 일 시 : 2007년 6월 16일 토요일 밤 11시 감독 : 베라 히틸로바 출연 : 레오스 수카리파, 리부세 포스피실로바, 블라스타 스픽네로바, 이리 할렉 제작 : 1983년 / 체코 / 99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돈 주앙 콤플렉스를 가진 위트 있는 독신남 판(레오스 수카리파)은 여인들과의 사랑에 삶의 의미를 두고, 잠깐의 성애를 즐기기 위한 대상을 필사적으로 찾는 생활을 평생 반복했다. 그는 지금도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용변을 보면서도 오늘은 또 뭘 할까 아이처럼 고민하는 것이다. 젊은 여자의 야한 모습과 살짝 드러난 가슴을 보면서 함께 침대에 있고 싶다고 음흉한 눈빛을 보내고, 망원경을 이용해 반나체로 일광욕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훔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고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렇게 점차 지난 자신의 생활양식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 그의 앞에 또 다시 젊고 매혹적인 여인이 나타난다. 그는 더 이상 그 여인에게 몰두하지 못한다. 모든 여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생각하는 이 늙은 남자는 수많은 여인들을 탐하는데 인생을 바쳤지만, 어느 순간 섹스가 아닌 사랑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젊은 육체는 판에게 더 이상 매혹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만을 일깨울 뿐이다. 그렇게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을 돌리느라 주변에서 자신을 돌봐준 비서 블라스타에게 무관심했던 판은, 그녀의 공백을 느끼고서 블라스타를 찾아 나선다. 주제 <목신의 매우 늦은 오후>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를 재해석한 유쾌한 드라마다. 베라 히틸로바의 영화들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남자 주인공을 내세웠으며 늙음과 에로티시즘, 멈출 수 없는 시간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다룬 베라 히틸로바의 중기 대표작이다. 남자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영화는 80년대 자유로운 성 개념과 여성들의 모습을 탐구적으로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을 내세우긴 했지만 남성 캐릭터에 대한 히틸로바의 풍자는 계속된다. ‘늙음’이라는 주제 면에서는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그린 마르케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보는 것 같고, 그에 대한 유쾌한 풍자라는 관점에서는 마치 부뉴엘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보는 것 같다. 감상 포인트 추할 정도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욕망, 사랑이 없는 삶을 허무해하면서도 사랑보단 욕망을 먼저 찾는 인간성, 죽음을 서서히 가깝게 인식하면서 더욱 강해지는 삶에 대한 집착 등이 영화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황혼의 모습이다. 그렇게 영화는 점차 몽환적이고 꿈처럼 흘러간다. 이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가을의 자연풍광과 낙엽들 그리고 프라하라는 도시다. 정말 어지럽게 이어지는 줌인과 아웃, 패닝들은 어느 순간 리듬을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관적 시선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독특하다. 더불어 프라하의 멋진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히틸로바의 섬세한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부 제 : 금발 소녀의 사랑 원 제 : Lasky Jedne Plavovlasky / The Loves of A Blonde 방 송 일 시 : 2007년 6월 23일 토요일 밤 11시 감독 : 밀로스 포먼 출연 : 하나 브레쵸바, 블라디미르 푸촐트, 밀라다 예즈코바 제작 : 1965년 / 체코 / 75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영화의 처음과 끝은 주인공 안둘라(하나 브레쵸바)가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다. 중소도시 주룩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는 금발머리 처녀 안둘라는 프라하에서 온 젊은 피아니스트 밀다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밀다(블라디미르 푸촐트)의 달콤한 약속을 굳게 믿었던 그녀는 희망과 다른 현실에 직면하며 허물어지고 만다. 친구들과 함께 아저씨들을 만나 어울리기도 했지만 끝내 함께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딱히 개방적인 여자가 아니다. 그러다 결국 밀다의 집으로 찾아간다. 밀다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밀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일단 그의 집에 머무른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 밀다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보고 놀란다. 하지만 바로 안둘라임을 알아본 것은 아니다. 그저 당황할 뿐이다. 밀다는 아버지, 어머니의 침대에 올라 함께 자고 그렇게 안둘라는 용기를 내어 찾아간 그 집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한다. 주제 <금발 소녀의 사랑>의 전반부가 무도장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희극적으로 유쾌하게 담아낸다면, 소녀가 피아니스트를 찾아 프라하로 향하는 후반부에서는 무정한 사회에 대한 밀로스 포먼의 비판의식이 느껴진다. 특히 희극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비극성과 잔인함을 응시하는 이런 특징은 미국 망명 이전 밀로스 포먼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소방수의 무도회>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계급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금발 소녀의 사랑>은 1960년대 체코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프라하의 봄'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우회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감상 포인트 <금발 소녀의 사랑>은 여느 동료 체코 감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양한 카메라 워크나 편집상의 여러 시도 등 스타일의 화려함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가만히 인물들의 뒤를 쫓으며 그 내면을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밀로스 포먼은 이 영화를 통해 프랑스 누벨바그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그리고 시네마 베리테의 여러 특징을 결합한 것처럼 보이는 양식을 통해 인간의 삶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잔인한 여러 순간들을 포착한다. 비전문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를 끌어내는 스타일도 초기 밀로스 포먼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금발 소녀의 사랑>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오르면서 이후 그가 할리우드로 진출하는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감독 1932년 체코슬로바키아 카슬라프에서 태어났다. 밀로스 포먼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망명 감독 가운데 하나로, 그 전에 이미 1960년대 체코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천재 감독이었다. 유대계인 그는 8살 때 나치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형제들과 함께 친척집에서 성장했다.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세상과 체제에 대한 냉소주의는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에 매혹됐던 그는 프라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국립영화학교 FAMU에서 실기를 익혔다. 1963년에 만든 첫 장편 <블랙 피터>와 <재능 경연>은 체코 영화사에서 하나의 혁신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탈린주의 비평가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개혁주의를 표방하던 당파와 동구권의 지식인들은 드디어 도래한 뉴 웨이브에 찬사를 바쳤다. 초기의 대표작 <금발 소녀의 사랑>(1965)과 <소방수의 무도회>(1967)에서 그의 실력은 정점에 달한다. 하지만 1968년 소련의 침공 이후 <소방수의 무도회>는 체코에서 상영 금지를 당했으며 그는 그해 8월 사건 동안 머물던 미국에 계속 남아있기로 결심한다. 할리우드에서의 첫 작품 <탈의>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개인에 대한 억압의 실체를 탐구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는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아카데미 5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그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아마데우스>(1984) 역시 아카데미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하며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장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89년 드 라클로의 소설을 영화화한 <발몽>은 다소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래리 플린트>(1996)는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수수께끼에 싸인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의 삶을 그린 <맨 온 더 문>(1999) 역시 개인 대 사회, 예술가 대 사회라는 밀로스 포먼의 주제가 완숙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늘 과작의 감독이었던 그는 현재 내년 개봉 예정으로 나탈리 포트만, 하비에르 바르뎀 주연의 <고야의 유령들>의 후반 작업 중이다. 부 제 : 밀란 쿤데라의 농담 원 제 : Zert / The Joke 방 송 일 시 : 2007년 6월 30일 토요일 밤 11시 감독 : 야로밀 이레즈 출연 : 요셉 소므르, 야나 디테토바, 루덱 문자르, 자로슬라바 오베르마이에로바 제작 : 1969년 / 체코 / 80분 나이등급 : 19세 줄거리 나치 수용소에서 죽은 벽돌공의 아들인 루드빅(요셉 소므르)은 혁명에 동참한 첫 세대다. 대학생인 그는 한 살 아래인 마르케타(자로슬라바 오베르마이에로바)를 좋아한다. 농담과 장난을 즐기는 그는 방학 때 당의 교육 연수에 참여한 그녀에게 가벼운 내용을 담은 엽서를 보낸다. 그러나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라는 식으로 ‘트로츠키 만세’를 얘기하는 엽서의 내용이 빌미가 돼 루드빅은 당에서 제명되고 학업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낙관주의적인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경도돼 있던 당시 대학과 사회는 루드빅을 트로츠키주의자로 규정하고, 루드빅은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에서 축출된 것이다. 죄과를 시인하면 끝까지 곁에 있어 주겠다는 마르케타의 제의를 거절한 루드빅은 그녀마저도 잃게 된다. 이후 그는 군대의 수형 부대에 배속돼 오스트라바 지역에 파견되고 거기에서 석탄 캐는 일을 한다. 복수와 증오의 감정 속에서 뒤틀린 루드빅의 감정은, 비관적인 삶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도 있었던 한 여인과의 사랑도 짧고 비극적으로 끝나게 된다. 세월이 흐른 후 루드빅은 자기를 제명한 회의의 의장이었던 제마넥(루덱 문자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 헬레나(야나 디테토바)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제마넥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 주제 모든 것은 농담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 1948년 체코 공산혁명 직후 혁명적 낙관주의가 강요되던 시대에, 주인공 루드빅은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여자 친구 마르케타에게 혁명의 낙천성을 비꼬는 농담을 적은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암울한 시대에 던진 그 농담 한 마디가 운명의 비극을 연출한다. 체코 출신의 세계적 문제 작가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 <농담>은 쿤데라 문학의 사상적 근원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남녀 간의 사랑, 정치적 비판과 함께 미학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쿤데라는 사랑, 우정, 증오, 복수 등 사소한 사적인 삶에서 시작하여, 선의로 출발한 이념일지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암시하여 절대 신념과 획일주의를 경고한다. 감상 포인트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한 편의 거대한 서사극이다. 일개 학생에 불과했던 주인공이 긴 세월의 흐름 속에 계속 분노를 담아두고, 복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절한 삶의 조건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영화는 그렇게 절대 신념이 인간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1965년 탈고한 소설 <농담>은 루이 아라공의 서문과 더불어 프랑스에  출판되며 서구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체코의 젊은 작가였던 밀란 쿤데라의 앞길을 전도양양하게 만들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밀란 쿤데라는 야로밀 이레즈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영화는 원작에도 충실하고, 장면 하나하나에 원작의 향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가 동유럽 체제의 스탈린주의를 비판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시달렸던 밀란 쿤데라는 1975년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겼고, 1979년에는 체코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시대의 공기와 한 개인의 삶을 이처럼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감독 1935년 체코 브라티슬라바에서 태어났다. 야로밀 이레즈는 프라하영화학교(FAMU)에서 사진과 영화연출을 전공한 야로밀 이레즈는 1963년 두 젊은이의 사랑을 다룬 <울음>으로 감독 데뷔한다.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가 환대하는 등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이리 멘젤도 참여했던 보후밀 흐라발 원작의 옴니버스 영화 <깊은 곳의 진주들>(1965)중 <로맨스> 에피소드에 참여했고, 여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1968년 <농담>을 만든다. <농담>은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전 유럽에 알렸다. 이후에도 나치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를 다룬 시적인 영화 <제비에게 보내는 인사> (1972), <지하철 사람들> (1974), <젊은이와 흰 고래> (1978), <집으로 탈출>(1980) 등 체코를 대표하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었다. TV에서도 만년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야로밀 이레즈 감독은 <영원한 파우스트> <춤의 제왕>같은 작품들을 통해 국제적인 TV 비평상들을 휩쓸기도 했다. 영화 작업도 계속했던 그는 <댄스 마스터>(1995) 등을 통해서도 체코 국내영화제들의 중요한 상들을 받았고, <이중 역할>(1999)을 끝으로 2001년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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