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

문화의 기록, 리족의 전통직물(중국 편)

 

-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의 섬, 하이난. 중국 소수민족 56개 중 하나인 리족은 예로부터 오색빛깔 아름다운 직물을 짜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지어낸 직물의 무늬는 리족의 전설뿐 아니라 금기, 신념, 종교와 풍속 등을 기록한다. 문자가 없는 이들에게 전통직물은 오랜 세월을 담은 리족의 역사와 전통, 삶의 지혜와 철학 등을 후손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문화의 기록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그 기술을 배우려는 이가 거의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직물기술을 후대에 전하고자 애쓰는 리족 여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온 인류무형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조명해 본다.

 

*방송일시: 2012년 3월 30일(금) 저녁 7시 35분

 

# 55개 소수민족들의 문화와 전통의 보고, 중국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황허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은 5-6천년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명과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우고, 고대 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있는 나라중 하나다. 또한,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그 땅은 소수민족들의 문화와 전통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95배에 달하는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제작팀이 찾은 곳은 중국 대륙 최남단에 있는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 섬이다.

 

# 중국 하이난 섬의 오랜 주인, 리족

하이난 섬의 오랜 주인인 리족은 고대 중국 남부에서 베트남에 이르는 지역에 살고 있던 백월(百越)의 분파인 낙월(駱越)이 진․한 시대에 이곳으로 이주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리족은 하이난 섬에서 2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새겨왔다. 하지만 현대화의 바람이 일고,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휴양지로 바뀌면서 오랜 세월 이 섬에서 살아오던 리족의 고유한 전통문화도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리족의 전통적인 삶을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리족민속촌이다. 리족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민속촌은 실제로 리족이 살던 마을을 개조한 곳으로 리족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과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예닐곱 살 때부터 평생 전통직물을 만들어온 리족 여인들을 통해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리족의 전통직물기술을 만나볼 수 있다.

 

# 오색빛깔 실로 ‘리족‘의 역사, 문화, 전통을 짜는 리족 여인

이미 진나라 시기 때부터 목화에서 실을 뽑고, 천을 짜는 기술을 알았다고 전해지는 리족. 그들의 섬세하고 정교한 직물들은 한나라 시대 때, 왕정에 공물로 바칠 정도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리족의 뛰어난 직물기술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오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그면화의 씨를 뽑고 부풀려서 실을 만들어 내는 방적, 땅에서 자란 야생식물들과 함께 푹 고아 색색들이 실을 물들이는 천연 염색, 실로 천을 짜는 제직, 천위에 아름다운 무늬로 수놓는 자수 작업까지 모두 리족 여인들의 몫이다. 그렇게 탄생한 직물의 무늬는 리족이 숭배했던 개구리에서부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 새 같은 소박한 무늬, 나라의 관원이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을 표현하는 닫힌 자물쇠 등 상징적인 무늬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 리족의 이름난 길쌈꾼, 롱야메이 할머니

“스스로 전통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은 슬프지 않다.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슬픈 것이다,” 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리족의 전통 방직기술 보유자 롱야메이(54). 과거 리족 여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딸들에게 전통직물기술을 전수했지만 딸들은 어머니의 삶을 답습할 마음이 없다. 전통직물을 만드는 일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어머니, 롱야메이는 딸들에게 전통직물 만드는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동네 아낙들 중에서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어린손자에게, 가끔 들어오는 학교의 특별 강의 등을 통해 리족이 오랜 세월동안 이어온 전통직물기술을 알릴 뿐이다.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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