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

이푸가오족의 노래, ‘후드후드’ - 필리핀 편

 

- 필리핀 루손 섬 북부에 자리 잡은 코르디레라스 산맥의 ‘바타드’ 마을. 이푸가오족이 2천여 년의 세월에 걸쳐 일궈온 대규모 계단식 논이 산비탈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 그들의 전통노래인 ‘후드후드’를 만나본다.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후드후드’는 수확기나 파종기, 장례 등 이푸가오족의 대소사에 불러온 노래이다. 오랜 세월 그들의 역사와 철학, 신앙, 삶, 일상, 사랑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인류무형문화유산 후드후드를 만나본다.

 

*방송일시: 2012년 4월 6일(금) 저녁 7시 35분

 

# 필리핀 루손 섬의 산악부족, 이푸가오족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천혜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곳이다. 제작팀이 찾아간 곳은 세계의 8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계단식 벼 경작지, 코르디레라스 산맥에 위치한 바가드 마을이다. 그들이 해발 1000-1500m 고지에 만든 계단식 논은 그 논둑의 길이만 하더라도 2만km, 지구 반 바퀴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다.

이 땅의 주인은 2천여 년 전부터 코르디레라스 산맥의 가파른 경사지를 깎아 논을 만들고 대대손손 벼농사를 지어온 이푸가오족이다. 그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계단식 논외에도 또 다른 빛나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세월, 그 땅을 일구고 삶을 꽃피워 오면서 조상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노래, ‘후드후드’가 바로 그것이다.

 

# 전통과의 대화, 이푸가오족의 후드후드

이푸가오족의 전통노래 ‘후드후드’가 시작된 것은 7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드후드’는 수확기나 파종기 그리고 장례와 같은 이푸가오족의 대소사는 물론, 신에게 무언가를 기원할 때, 슬플 때, 기쁠 때, 무언가를 축하하고, 애도할 때 함께 해온 노래이다. 한마디로, 이푸가오족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노래인 것이다.

‘후드후드’는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는 동시에 감사의 의미로 부르는 ‘아빼’에서부터 병자의 치유를 기원하며 부르는 ‘어그리괏’ 등 200가지 이상의 종류와 40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으며 하나의 노래를 완창하려면 밤을 새야 할 때도 있다.

후드후드는 이푸가오족의 전통 노래인 동시에 그들의 신앙과 제의에 있어서 중심이기도 하다. ‘뭄바키’라 불리는 제사장, 부이야(63)는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마을의 병자를 위해 치유의식을 이끌기도 한다. 부이야는 마을의 제사와 교육을 담당하며 그들의 신에게 이푸가오족과 그 후손에게 은총을 내리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푸가오족 사람들에게 별빛과 함께 밤을 새워 후드후드를 부르는 날은 단순한 의식을 치르는 날이 아닌, 사랑, 죽음, 농사, 삶에 대해 이웃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대감을 느끼는 날이다.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후드후드를 부를 때, 그 노래를 주도하는 사람은 보통 마을의 최고령 여인이 맡는다. 이푸가오족이 모계 사회의 전통을 따르는 이유도 있지만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일평생 보고 들었던 사람에 대한 마땅한 대우이기도 하다.

 

# 후드후드 전통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로나

로나(65)는 후드후드가 열릴 때면 노래를 선창하며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다. 밤새 사람들과 함께 후드후드를 부를 때, 아이들에게 후드후드를 가르쳐줄 때만큼 행복한 때가 없다는 로나. 그녀 역시 후드후드의 전통을 딸과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지만 후드후드에 관심이 없던 그녀의 자식들은 도시로 떠나버렸다. 이푸가오족의 젊은 세대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도시로 떠나는 이농현상이 늘어나면서 전통 신앙과 벼농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후드후드는 점점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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