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하천, 생명을 품다 (4) 갑천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생명줄, 갑천! 대전(大田)에는 살아있는 으뜸 하천, 갑천(甲川)이 흐른다.

화려한 빛과 소음으로 가득한 갑천의 밤, 도심 한가운데서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녀석이 유유히 헤엄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천연기념물 수달이다. 그러나 녀석은 이미 죽은 듯 보이는 잉어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과연 갑천은 수달에게 안전한 서식지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갑천의 발원지를 찾아 총길이 73.7km의 장대한 물줄기를 따라가 봤다. 대둔산도립공원 정상에 있는 장군약수터에서 시작된 한 방울의 물은 갑천 상류에 해당하는 수락계곡에서

청정함과 생명력을 더하고 그것은 대전 시내를 관통하며 이어진다. 그러나 하류에 이르러 우리는 생활하수로 오염된 갑천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나 갑천을 되살리고 지키려는 대전시민들의 갖가지 노력으로 갑천은 시민들의 생활 가까이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방송일시: 2012년 4월 30일(월) 밤 11시 10분

 

 

# 대전의 녹색심장, 갑천이 품은 대자연

청아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며 갑천이 시작되는 곳, 대둔산 수락계곡은 깨끗한 1급수에서만 사는 버들치가 한 데 모여 헤엄치고 곧 세상과 마주 할 개구리와 도롱뇽 알이 한가득 이다. 생명수를 품고 대전을 가로지르는 갑천은 새들의 천국이다. 금슬 좋은 원앙에서 여름철새인 꼬마물떼새까지 도심 가운데 새들의 천국이 펼쳐진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근에는 보기 힘들어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 1급인 미호종개와 모래 속 숨바꼭질을 즐겨하는 모래무지 그리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쉬리도 갑천을 따라 헤엄친다.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가 갑천의 산과 하늘을 누비고 고픈 배를 채우려는 수달은 갑천의 밤을 깨운다.

 

# 갑천을 지키는 사람들 - 자연과 나누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도심 교각 아래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시의 빛과 소음이 가득한 갑천에 생명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갑천으로 흘러가는 하천인 유등천에서 수달 아빠라고 불리는 황의삼 씨를 만나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약 12년간 수달에게 먹이를 제공해 온 천연기념물 보호감시원 황의삼 씨는 수달이 이곳을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달 아빠가 되기로 했다. 또한, 갑천에는 도롱뇽과 개구리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미나리 농사를 기꺼이 포기한 나눔의 사람이 있다. 해마다 이춘희 씨는 도롱뇽과 개구리에게 논두렁 일부를 양보해 갑천 생명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도심 속 갑천이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나눔으로 갑천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 따로 또 같이, 갑천과 함께 흐르는 길

대둔산에서 시작돼 대전 도심을 지나 금강으로 흘러가는 갑천, 73.7km의 기나긴 여정 속에서 본줄기의 모습을 간직한 채 흘러갈까? 우리는 충남대학교 안광국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물속 생명들을 들여다보고 갑천을 상중하 각 2개씩 6개 지점의 수질을 측정하였다. 지점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갑천의 수질, 하류로 갈수록 오염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사람들의 삶이 갑천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흘러들어간 물속은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 생명들은 숨쉬기조차 힘겹다. 도심 속에서 갑천과 사람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질문 속에 정답이 숨어 있다. 함께 가는 길, 서로 돌아봐주며 배려하며 사는 것이 갑천이 생명들을 품은 채 도심을 가르며 흐를 수 있는 마지막 열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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