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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세계의명화  
작성일 2003-12-02 조회수 27759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세계의 명화』
전쟁과 테러...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다양한 차원의 폭력에 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난다.
◆ 와일드 번치(Wild Bunch) ⑮ 12/6 ◆ 워리어(The Warriors) ⑮ 12/13 ◆ 엘 도라도(El Dorado) ? 12/20 ◆ 킬링 필드(Killing Fields) ⑮ 12/27

방송일 : 2003년 12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 : 00 ∼
기 획 : 이유자 PD (526-2568, 016-464-6717) 남한길 PD (526-2575, 011-473-1970) 연 출 : 박성오 PD (526-2590, 017-257-3891) 우리말연출 : 리플레이프로덕션 변광호 PD (542-9596, 011-389-1657)
냉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화해와 평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21세기가 전쟁과 테러의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EBS의 <세계의 명화>에서는 각종 폭력의 잔혹함을 곱씹어볼 수 있는 영화들을 준비했다. ''폭력 미학''을 최초로 영화에 끌어들인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Wild Bunch) 12.6>로 출발해, 그의 영화 계보를 잇는 월터 힐 감독의 <워리어(The Warriors) 12.13>, 일찍이 체제의 폭력을 풍자한 영화로 샘 페킨파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모험사극 <엘 도라도(El Dorado) 12.20>, 그리고 국가 혹은 권력의 야만적인 폭력이 가져온 참상을 그린 <킬링 필드(Killing Fields) 12.27>가 차례로 방송된다. 맹목적인 의리에 기초한 폭력, 탐욕이 부른 살육, 체제가 자행하는 잔인한 폭력 등 다양한 차원의 폭력에 대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음미해 볼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킬링 필드(Killing Fields)>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크메르정권 시절 동족학살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정함에 따라,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 와일드 번치(Wild Bunch) ⑮ ◆ 방송일 : 2003년 12월 6일 토요일 오후 10 : 00 ∼

감독 : 샘 페킨파(Sam Peckinpah)
출연 : 윌리엄 홀덴(William Holden), 어네스트 보그나인(Ernest Borgnine) 로버트 라이언(Robert Ryan)
제작 : 1969년, 미국, 칼라
내용 : 영화는 아이들이 장난 삼아 전갈을 개미떼에게 먹이로 주고, 그것도 모자로 불까지 지르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군복으로 위장한 파이크 비숍(윌리암 홀덴 분) 일당은 텍사스 서부 변방의 철도 사무소의 은을 털러 오지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철도 임원은 예전 파이크의 동료였던 손튼(로버트 라이언 분)을 매복시켜놓고 있었고, 이들은 총격전 끝에 은이 들어있을 것 같은 자루를 가지고 도망치지만 그 안에는 쇠덩이만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손튼 패거리는 현상금을 노리고 계속 파이크 일행을 추격하고 있었고, 그들은 할 수 없이 멕시코로 도망친다.
한편, 멕시코는 독일의 도움을 받은 독재자와 민간 혁명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파이크의 부하인 엔젤(제이미 산체스 분)은 일행을 데리고 자신이 살았던 마을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이미 혁명군에게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엔젤의 애인조차 혁명군 장군인 마파치의 정부가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마파치의 아지트로 찾아간 마파치는 미국군 수송열차를 털어 무기를 가져오면 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엔젤은 파이크에게 마을 사람들로 조직된 민병대가 혁명군에게 대항할 수 있게 약간의 총을 달라고 요구한다. 파이크 일행은 마파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까스로 열차의 무기들을 탈취하지만, 미리 예상하고 기다리던 손튼 일행과 맞닥뜨려 다시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한편, 민병대에게 총을 준 사실이 들통난 엔젤은 마파치에게 붙잡혀 잔혹한 고문을 받게 되고, 4명만이 남은 파이크 일행은 자신들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이 깔려있는 마파치의 아지트로 쳐들어가는데...
주제 : <와일드 번치>는 서부의 상실이라는 주제로 일반적인 ''선vs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vs악''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서부영웅에 대한 신화의 파괴일 뿐만 아니라, 악당에 대한 영웅의 폭력의 정당성을 이상화하는 것의 파괴이기도 하다. 범법자들과 기존 공권력 모두가 사악한 살인자이며, 그들이 사용하는 폭력은 똑같이 독단적이고 파괴적이다. 샘 페킨파 감독은 폭력을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는 고전 서부영화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삶보다는 죽어 가는 남자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그 영웅성을 강조하고 있다.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영화가 수정주의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감상 : <와일드 번치>는 홍콩 느와르 영화를 이끌어온 오우삼 감독은 물론이고, 헐리우드의 액션영화 거장들, 마틴 스콜세지와 퀜티 타란티노 등의 작가주의 감독들에게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 샘 페킨파 감독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특히 가장 폭력적인 총격전 장면에서의 슬로우 모션을 비롯한 다양한 편집 테크닉은 샘 페킨파 감독을 폭력미학의 대가로 만들었으며 ''폭력의 피카소''라는 별칭을 안겨주기도 했다.
감독 : 샘 페킨파는 1925년 캘리포니아의 프레스노에서, 개척자의 후손인 건실한 어머니와 판사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10대의 그는 술을 좋아하고 폭력성향이 있는 문제아였으나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43년에 해병대에 입대해 2차 대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군복무를 하는 탓에 한번도 전투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다. 1947년 프레스노 주립 대학에 등록하나, 그의 첫 번째 부인이 된 학교 친구의 영향으로 드라마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U.S.C.에서 학위를 받은 뒤 연극 연출과 TV 무대스탭 일을 시작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곧 그만두었다.
샘 페킨파가 영화와 연을 맺게 된 것은 운 좋게 돈 시켈 감독의 조수로 고용되면서부터다. 영화와 적성이 맞은 그는, 돈 시겔을 스승으로 삼아, <시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6)>의 각본수정 등, 시겔의 영화 5편에 참여한다. <지독한 동료 The Deadly Companions (1961)>란 영화로 첫 데뷔를 했는데, 이 작품은 감독인 페킨파보다는 스타인 모린 오하라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지만 페킨파는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영화 <대평원 Ride the High Country (1962)>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두 명의 총잡이 이야기를 그린 <대평원>은 스펙터클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그러나 명민한 사색이 깃든 영화로, 페킨파를 당당히 주류 영화 감독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페킨파는 세 번째 영화 <던디 소령 Major Dundee (1965)> 작업에 착수하지만 촬영이 끝난 뒤 영화사로부터 해고되었고, 영화는 영화사가 마음대로 삭제를 한 뒤 개봉되어 참혹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를 감당할 수 없다는 악명이 퍼지면서 샘 페킨파 감독은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신시네티 키드 The Cincinnati Kid (1965)>에서도 해고된다.
수년간 영화사들로부터 배척당한 페킨파는 시나리오를 쓰며 근근히 살아가다 6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감독직이 다시 주어진다. 그 작품이 바로 <와일드 번치>로 이 작품은 서부영화의 폭력의 본질과 윤리의 상대성을 엄밀히 규명한 영화로 작품이었으며 영화 속에서의 폭력의 한계를 바꾸어놓았다는 평가와 함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페킨파는 다음 작품으로, 서부 시대의 종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상하고 재미있는 총잡이의 이야기를 그린 서부극 엘레지 <케이블 호그의 발라드 The Ballad of Cable Hogue (1970)>를 내놓는다. 잠깐의 외도 후에, 페킨파는 그의 영화에서 주로 다뤘던, 다시 인간의 잔학한 본성에 대한 탐구로 돌아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지푸라기 개(출시명:어둠의 표적) Straw Dogs (1971)>을 발표한다. 인간의 잔인한 본성과 영화 전반에 깔린 허무주의, 특히 강간 장면으로 인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았으나 <지푸라기 개>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고, 페킨파의 잠재력을 재차 확인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페킨파의 다음 작품은 총과 유혈 씬 대신 온순함과 사색으로 채워넣은 스티브 멕퀸 주연의 <주니퍼 보너 Junior Bonner (1972)>을 만들지만 재정상의 손실을 가져왔고, 곧이어 스티브 맥퀸과 알리 맥그로우 주연의 전통적인 액션물 <겟어웨이 The Getaway (1972)>를 만들어 크게 성공함으로써 이를 만회한다.
그러나 겟어웨이의 성공으로도 서부극에 대한 열정을 채우지 못한 페킨파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그의 작품치고는 매우 고답적이면서도 우수 어린 수정주의 서부극 <팻 가럿과 빌리 더 키드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 (1973)>를 만든다. 그 밖에 유혈이 낭자한 색다른 복수극 <가르시아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1974)>, 스파이 액션물 , 그의 유일한 전쟁영화인 <철십자 훈장 Cross of Iron (1977)>코믹스런 트럭 모험물인 <콘보이 Convoy(1978)>와 <오스터맨 The Osterman Weeken (1983)> 등을 만들었다. 페킨파는 스테판 킹이 각색한 영화를 준비하다 심장발작으로 1984년 사망했다.
기타 : 1970년 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 및 음악상 후보

◆ 워리어(The Warriors) ⑮ ◆ 방송일 : 2003년 12월 13일 토요일 오후 10 : 00 ∼
감독 : 월터 힐(Walter Hill)
출연 : 마이클 벡(Michael Beck), 제임스 리마(James Remar) 도로시 라이트(Dorsey Wright)
제작 : 1979년, 미국, 칼라
내용 : 뉴욕 시내 전역에 자리잡고 있던 주요 갱단들이 한 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200여개 이상의 갱 조직, 각 조직에서 선발된 아홉 명의 대표들은 갱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인 뉴욕시 최강의 갱단인 리프의 두목 사이러스(로저 힐 분)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가한다. 어느새 집결지는 갱단들로 대만원을 이루고 사이러스는 갱단 세력들의 휴전을 선언하며 뉴욕시에 있는 모든 갱단들을 하나의 강력한 조직으로 합치자고 일장 연설을 한다. 수많은 갱단 모두 사이러스의 마력에 빠져들어 압도적인 지지와 환호성으로 사이러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려는 찰나, 사이코인 루터(데이빗 패트릭 켈리 분)가 이끄는 소규모 갱단 로그는 이 틈을 타 사이러스를 암살한다.
로그의 일당들은 워리어스 갱조직을 사이러스를 죽인 살인자들로 모함하고,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집회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워리어스의 두목 클리온은 복수심에 불타는 리프 일당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두목 클리온의 오른팔인 스완(마이클 벡 분)을 비롯한 여덟 명의 워리어스 갱단은 자신들의 구역에서도 쫓겨나고, 다른 갱단들의 복수의 대상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가기 위해 브롱크스에서 코니 아일랜드까지 도시를 가로지르며 적들과 싸워나간다.
주제 : 드라마와 액션, 판타지가 뒤섞여 있는 <워리어>는 독특한 의상과 공간, 농담이 어우러진 월터 힐 감독의 대표작으로 뉴욕의 빈민 문화와, 만화책 같은 극도로 폭력적인 갱들에 대한 묘사로 색다른 볼거리와 즐거움을 안겨주며 B급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컬트영화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워리어>는 액션영화의 대가 월터 힐 감독의 작품답게 빠른 전개와 적절한 특수효과, 유혈낭자한 자극적인 장면 없이 훌륭하게 짜여진 실감나는 액션장면, 속도감 넘치는 편집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B급 영화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뉴욕의 뒷골목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현실감 넘치는 촬영과 기교 넘치는 조명은 이 작품이 70년대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영화의 현란함에 익숙한 영화팬들을 화면 깊숙이 빠져들게 할만큼 힘이 넘친다.
감상 : <워리어>는 갱이 득실대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갱들간의 싸움을 생생한 뉴욕 현지 촬영을 통해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으며,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 생활에서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있다. 개봉되었을 당시, 이 작품이 상영된 극장들에서는 실제로 갱이 연관된 폭력 사건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감독 : 영화감독 월터 힐은 간결하지만 대담하고, 강력한 시각 이미지를 제공하며, 액션 영화도 영리하고 세련되고, 독특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서부극, 범죄 드라마, 버디 무비까지도 자신의 영화 속에 녹아들게 했다.
힐은 1942년 1월 10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조선소에서 리벳공으로 일했는데, 힐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잠시 건설 현장 등에서 노동자로 지내다가, 미술로 눈을 돌리게 된다. 멕시코에서 그림 공부를 한 뒤, 미시간 주립대학에 입학해 언론학 학위를 받았다. 힐은 친구의 부탁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실릴 영화항목에 관한 기초자료를 조사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미국 역사가 아니라 영화 역사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노만 주이슨 감독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와 우디 알렌 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 Take the Money and Run>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각본가로 활동하게 되는데, 1972년 두 편의 영화가 그의 각본을 기초로 해 만들어진다. 암울한 범죄 드라마 <히키 & 보그스 Hickey and Boggs>를 집필했고, 짐 톰슨(Jim Thompson)의 소설을 각색한 <겟어웨이 Getaway>는 샘 페킨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힐은 긴장감 넘치고 힘있는 각본으로 이 분야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1975년에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을 주연으로 자신이 직접 쓴 각본 <투쟁의 그늘 Hard Times>로 정식 감독에 데뷔한다. 다음 영화 <드라이버 The Driver>에서도 역시 각본과 감독을 맡았는데, 이 작품은 힐 감독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재능을 입증한 작품이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드라이버의 행로를 담은 이 영화는 자동차 추격신의 전설이 되었으며, 필름 누아르의 제 2기를 열었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도시 밤거리를 정교하게 촬영했으며, 프랑스 필름 누아르의 거장 장 피에르 멜빌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힐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격찬과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 세 번째 영화 <워리어>였다. 서부극 <롱 라이더스 The Long Riders>는 서부의 역사를 남북전쟁의 후유증에 따른 계급갈등의 장으로 해석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결정판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선배격인 샘 페킨파의 폭력미학에 버금가는 안무하듯이 황홀하게 화면을 끌고 가는 폭력묘사를 보여줌으로써 액션영화의 대가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다. 다음으로 에디 머피, 닉 놀테 주연의 블록버스터 버디 코미디 <48시간 48 Hours>과 MTV 스타일과 서부영화의 문법을 결합한 신상품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Street of Fire>를 연출해 크게 히트한다.
8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힐 감독의 작품들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옛 소련의 KGB로 나오는 <레드 히트 Red Heat>에서부터 부르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맨 스탠딩>에 이르기까지 이렇다할 작품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힐의 날카로운 시각적 스타일과 강력하고 영리한 각본은 어느 작품을 막론하고 변함없이 빛을 발했고, 2002년 복싱 드라마 <언디스퓨티드 Undisputed>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월터 힐 감독은 1979년 <에일리언 Alien>의 제작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HBO의 시리즈 <납골당의 미스테리 Tales From the Crypt>와 같이 자신의 영화 대부분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 엘 도라도(El Dorado) ? ◆ 방송일 : 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10 : 00 ∼

감독 : 카를로스 사우라(Carlos Saura)
출연 : 오메로 안토누띠(Omero Antonutti), 람베르 윌슨(Lambert Wilson)
제작 : 1988년, 스페인, 칼라
내용 : 16세기 스페인. 당시 사람들은 배를 타고 멀리 가면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라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1560년 9월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 모페 데 아귀레(오메로 안토누티 분)가 그의 딸 엘비라(이네스 사스트레 분)와 함께 페루를 떠나 남미로 향한다. 아기레 장군과 함께 황금탐사의 여행을 떠난 사람은 영리하고 용감한 젊은 총독 페드로이다. 이들은 폭우와 싸워가며 아마존강 유역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모험을 겪는다. 어두운 정글 속에서 원주민들의 화살이 날아오고, 게다가 질병으로 병사들도 한 명씩 죽어간다. 점점 줄어드는 인원 속에서 아기레는 진정 저 목적지에 황금의 땅이 있을지 회의에 잠긴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도 못하고 탐험대의 생존을 위해 살인을 하고 자신들의 말을 먹기도 하며, 내부의 반란으로 인해 암살범의 표적이 되는 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주제 : <엘도라도>는 70년대 새로운 독일영화를 이끌었던 독일 감독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괴짜였던 베르너 헤어쪼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를 거대자본을 들여 리메이크한 스펙타클 대작이다. 카를로스 사우라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정복자들의 낭만적인 모험담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꿈을 꾸면서 그것에 심취한 나머지 그 야만적인 제국주의 침략을 자신의 꿈에 대한 실현이라고 뒤집었다가 파멸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스페인 군대는 신세계의 정복자일 뿐이지 영웅으로 묘사되지 않으며 전설적인 금의 도시를 찾아 나선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행동인가를 냉혹하리 만큼 차갑게 보여준다. 주연배우의 정신착란을 불러왔을 만큼 악전고투을 했던 베르너 헤르초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가 그랬듯 <엘도라도> 역시 아마존강에서의 결사적인 로케를 감행했으며, 그 어떤 낭만도 향수도 로맨스도 없다. 시각적 화려함에 비해 스토리의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카메라에 담겨진 진실에 대한 신념을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감독 : 유럽의 엘리트 영화 제작자 중 하나로 꼽히는 카를로스 사우라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에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스페인 영화계를 부흥시키면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우라 감독은 주관적인 현실을 소름끼치는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를 한 데 융합시킴으로써 창조해냈다.
사우라 감독은 스페인의 우에스카에서 4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으며, 그의 형제 안토니오는 저명한 표현주의 화가였다. 1935년 그의 가족은 스페인의 내전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는데, 이는 사우라 감독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당시에 느꼈을 두려운 기억의 파편은 후에도 생생히 남아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젊었을 때 그는 잠시 공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18살에 학교를 떠나 춤과 뮤지컬 전문 프리랜서 사진작가 된다. 추상적인 그의 사진에 영감을 얻은 사우라의 형제 안토니오는 후에 사우라에게 영화에 대해 공부해보도록 제안한다.
마드리드의 한 영화연구소에서 몸담고 있던 사우라는 동료들과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는 그의 졸업작품인 단편영화 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우라 감독은 Escuela Oficial에서 1963년까지 교수로 지내며 영화 연출에 대해 강의했다. 1958년 그는 칼라 다큐멘터리 만든다. 이전에 극영화 데뷔작 <개구장이들 Las Golfos>가 있지만 1959년에 완성되었다. 스페인 당국의 검열로 인해 1962년에야 개봉된 이 작품은 거리의 폭력배들에 관한 것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우사가 된다는 내용으로, 출연진은 비전문 배우들이었으며 스페인 역사상 첫 로케이션 촬영 작품이었다. 3년 후에 사우라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를 만든다. 이는 스페인과 프랑스 합작 영화로 그 유명한 안달루시안 강도를 다룬 영화로, 제작자들이 강도 영화를 무모한 모험을 담은 영화로 만들기 원한 반면 사우라 감독은 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싶어했다. 그 결과 영화는 어김없이 당국의 검열을 받게 되었고,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사우라는 그 이후의 작품에서는 외부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됐다.
사우라 감독의 재능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프랑크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강력한 심리 스릴러 영화 <사냥 La Caza>을 만들면서부터였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고통스런 경험이 남긴 유산을 탐구하기 위해 사냥이라는 의식화한 폭력을 알레고리로 이용한 <사냥>은 견고한 형식미로 폭력을 조직화해냄으로써 미국 감독 샘 페킨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한 국제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우라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68년 교회와 억압된 국가, 심리적 억압 등이 선한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페파민크 프라페 Peppermint Frapp>로 다시 한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거머쥐게 된다. 이어 사우라는 <사촌 안젤리카(1974)>, <까마귀 기르기(1976)>로 칸느 영화제를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다. 1975년 프랑코가 사망하고 정권이 무너지자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자 사우라는 자신이 초기에 몰입했던 좀 더 진솔한 리얼리즘으로 회귀하게 되는데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공상을 수상한 <질주 Deprisa Deprisa(1981)>는 그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성폭행당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린 <안나이야기 I Dispara!(1993)> 역시 같은 맥락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사우라 감독은 스페인의 전통적인 예술의 향취를 스크린에 담아내기도 했는데 저명한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토니오 가데스와 춤 3부작 <피의 결혼식 Boda de Sangre(1981)>, <카르멘 Carmen(1983)>, <마법사를 사랑하라 El Amor Brujo(1986)>를 만들었다. 그밖에도 스페인의 춤을 다룬 다큐멘터리 <플라멩코 Flamenco(1995)>, 아르헨티나의 춤인 탱고를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 드라마 를 연출하기도 했다.
기타 : 1988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 킬링 필드(Killing Fields) ⑮ ◆ 방송일 : 2003년 12월 27일 토요일 오후 10 : 00 ∼

감독 : 롤랑 조페(Roland Joffe)
출연 : 샘 워터스톤(Sam Waterson), 헹 S. 노어(Haing S. Ngor)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 줄리안 샌즈(Julian Sands)
제작 : 1984년, 영국, 칼라
내용 : 캄보디아가 공산화되기 직전인 1973년 8월, 미국 뉴욕타임즈지의 캄보디아 주재 특파원인 시드니 쉔버그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한다. 쉔버그는 1972년 니크루움에서 있었던, 미군의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살상의 진상을 취재하려고 한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미국은 협조를 하지 않고, 시드니는 현재 채용 기자인 캄보디아인 프란과 함께 어렵게 참혹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런 사이에 캄보디아에는 크메르 정권이 들어서고, 프란과 시드니는 결국 크메르군에게 잡히게 된다. 다행히 프란의 설득으로 풀려나지만, 프랑스 대사관에서 받아준 시드니는 캄보디아를 탈출하게 되고, 캄보디아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프란은 다시 크메르군에 붙잡혀 강제 노동수용소에 수감된다.
프란이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운데, 본국으로 돌아간 시드니는 프란의 구출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겪던 프란은 그곳 수용소에 있는 지식인 출신 크메르루즈군 장교 파트의 아들을 돌봐주는 일을 맡아 하다가 체제에 회의를 느낀 파트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지긋지긋한 수용소를 탈출하여, 크메르루즈군의 학살로 숨진 사람들의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인 킬링필드를 지나 제3국인 태국의 난민촌에 도착한다. 1979년 10월 9일, 프란이 캄보디아를 탈출했다는 소식을 전해받은 시드니는 급히 태국의 난민촌으로 향하고 마침내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되는데...
주제 : <킬링 필드>는 80년 1월 20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려 퓰리쳐상을 수상한 쉔버그 기자의 글 <디스프란의 생과 사-한 캄보디아인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롤랑 조페 감독은 캄보디아 내란을 취재하던 뉴욕타임즈의 특파원 시드니 쉔버그와 공산화된 캄보디아에 홀로 남겨진 캄보디아인 친구 디스 프란과의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킬링 필드>는 제도나 사상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야만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도의 야수성을 고발하고 폭로해 전세계의 자유인들에게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충격을 안겨준 역작이다.
감상 :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행. S 노어는 직업 배우가 아닌 의사였다. 실제로 부모와 약혼자, 8남매 중 다섯 형제를 모두 공산 크메르루즈군에게 남기고 80년 9월 홀몸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외과 의사로 지내다 친구의 결혼식 파티에서 우연히 롤랑 조페 감독의 눈에 띄어 <킬링 필드>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어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영화의 내용상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배우였음에도 조연상을 수여한 것이 인종차별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행 S 노어는 몇 년 뒤 밝혀지지 않은 암살자에 의해 살해되어 영화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감독 : 1945년 11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롤랑 조페는 칼멜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맨체스터 대학에서는 영어와 연극을 전공했다. 런던국립극단의 최연소 연출가로서 일하기 전에 맨체스터 대학을 졸업한 후 런던극장에서 5년간 무대감독으로 일한 뒤 영국 빅 시어터를 창설, 연출가로 참여했다. 그후 로렌스 올리비에와 인연을 맺고 내셔널 시어터에서 연출 경력을 쌓아 TV로 진출하였다. TV방송사에서 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78년 BBS의 로 각국 TV드라마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는 총 4편으로 이루어진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A.J. 크로닌의 원작을 극화한 시리즈물 <별들이 내려보다> 등으로 잘 알려졌다.
롤랑 조페는 84년 데이빗 퍼트냄의 제의에 의해 <킬링 필드 The killing field>로 감독에 데뷔했다. 캄보디아 내전을 무대로 현지인 의사와 뉴욕 타임즈 특파원 시드니 셴버그간의 사선을 넘나드는 우정과 인간애를 그렸고 한 병사의 시각에서 캄보디아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영화이다. 정치적 함의를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장중한 이미지와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에 능한 그의 연출 솜씨는 18세기 브라질을 무대로 상반되는 예수교 수도사 이야기인 <미션 The mission(1986)>을 발표하여 1986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2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역사적 사실을 근간으로 한 이 작품은 진보적인 해방신학을 기초로 제작됐는데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국경부근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대립되는 두 선교사의 모습에서 과연 종교와 사랑, 정의가 무엇인가를 그린 걸작이지만 백인우월주의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션>의 성공 후 1989년에는 <멸망의 창조 Shadow Makers>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원폭 개발 과정을 그린 영화이지만 과학적인 면이나 역사적인 면보다는 원자 폭탄 개발을 둘러싼 과학자들간의 윤리적 고뇌와 갈등을 그리는 등 인간적인 면모에 더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지한 이야기와 인간의 고뇌가 배어나는, 드라마 엮기에 능한 그의 솜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92년에 그는 또 한번의 인간의 숭고함을 주재로한 영화인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를 발표하였다. 패트릭 스웨이지가 캘커타의 의사로 나와 다시 한번 인도와 인도인들의 자비와 우정의 한계를 시험했던 <시티 오브 조이>는 여전한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영화라는 비판과 함께 <킬링 필드>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였다. 호손의 유명한 소설을 각색한 1995년작 <주홍글씨>, 의외의 범죄영화 <굿바이 러버> 등이 잇단 참패를 겪은 후 2000년 17세기를 배경으로 황제의 연회를 책임지는 바텔의 이야기를 그린 <바텔>이 칸느영화제 오프닝작으로 선정되며 재기하는 듯 했으나 시각적인 면에 지나치게 치중함으로써 겉치장만 요란한 영화라는 평을 들어야 했다.
기타 : 198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활영상, 편집상 1985년 영국아카데미 최우수남우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작품상, 미술감독상, 녹음상, 신인남우상 1985년 보스턴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남우상, 촬영상, 작품상, 남우조연상 1985년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1986년 런던영화비평가협회 감독상 1984년 LA영화비평가협회 촬영상 1984년 전미영화비평가협회 촬영상, 남우조연상 1984년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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