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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17,24 수>문학산책 <박현욱의 `새는`>  
작성일 2003-12-22 조회수 28025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문학산책』 박현욱의 「새는」
386세대의 10대 이야기.
조용하고 평범한 나에게 날아든 은수, 그리고 그때 그 시절, 희망의 이야기...

방송일 : 2003년 12월 17일 / 24일 수요일 오후 10 : 50 - 11 : 30
연출 : 안소진 PD (526-2689, 019-9169-9128)

● 작품소개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저자 박현욱은 자전소설이 아닌가에 대해 "개인적 경험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아이들 중 하나였는데 그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라고 말한다. 「새는」은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그런 친구들 얘기이며, 386세대가 10대 후반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얘기로, 그 자체로 아날로그 시대의 성장소설이며, 1960년대 중 후반에 태어나 1980년대 중 후반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의 허구적 자서전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 "정은수, 나는 네가 참 좋다." "은호야, 우리 이제 고3이야. 그런 건 대입시험 끝난 후에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거야." #2. "삼년이 참 금방 갔다. 그치? 이젠 대답해 주면 좋겠다. 내가 계속 전화해도 돼?" "은호야... 은호야... 미안해."
누구에게나 지나간 때이든 아직 닥치지 않았든 간에 그런 한 때가 있을 것이다. 하나가 끝났다고 해서 결코 다 끝나는 건 없다며, 그 시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박현욱. 그는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은 것들은 생기기 마련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그리고 생각할 틈 없이 미래만을 바라보고 사는 바쁜 우리들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 기억하는 어렸을 때 희망, 그 때 품었던 소망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조용히 공부 못하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한 나. 나에게 날아든, 첫눈에 반한 그녀. 은수...
초속부터 종속까지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는 유일한 투수라던 최동원이, 구삼진이 가장 많다던 그 최동원이, 고작해야 120킬로미터 대의 밋밋한 공을 던지다가 통타를 당하곤 하더니 결국에는 흐릿하게 은퇴하고야 말았다. 지나고 보면 야구란 참 쓸쓸한 것이다.
아버지는 어릴 적 투수 최동원이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선수라 했다. 목공소에서 사고를 당하고 엄마랑 싸우기만 하더니 지금은 소식도 없는 미운 아버지의 말 이였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말씀대로 최동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 선수이다. 남들은 죠다쉬 마크가 박힌 청바지에 챌린저 자켓,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니지만 나는 그 대신 갤러그 100만점 돌파로 인생의 목표를 두기로 했다. 나는 공부에도 별 관심이 없으며 내성적이어서 학교에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이이다. 조용하게 공부 못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점심시간, 맨 날 김치만 싸오는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어주는 유일한 친구 호철이. 호철이와 나는 뒤에서 성적순위를 다투는 사이인데 호철이는 자기가 조금 앞선다는 이유로 우월 의식을 갖곤 한다. 그래도 얼굴도 잘생기고, 집안도 좋으며,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민석이 보다는 훨씬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 수돗가에서 내게 날아온 은수. 나는 은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은수는 고등학교 들어올 때도 수석으로 입학한 데다가 공부에, 얼굴까지 이뻐 남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감히 나 같은 건 말 한번 건네기 어려운 상대이다. 마음 졸이던 내게 호철이도 도움을 주는 일을 하긴 했으니... 기타를 배워 보란다. 여자 애들은 기타 치는 남자한테 완전히 뿅 간다나 어쨌다나... 그 때부터 나는 새벽 신문배달을 해서 번 돈으로 기타를 배웠고 기타를 제법 잘 치게 되었다. 그 때 만난 친구 현주. 그녀는 언제나 변함없는 나의 친구이다. 기타연주로 은수와는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은수가 문예반이라는 사실을 입수한 나는 이번엔 문예부원이 되기로 했다. 책이라면 교과서, 참고서 몇 권이 고작 이였던 내가 현주의 도움을 받으며 내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제일모직의 맥그리거를 입고 다니는 민석이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고는 은수에게 내 마음을 고백해 보았다. 그러나 은수의 대답은 "이제 우린 고3이야.". 은수의 대답은 나에게 다른 목적의식을 심어 주었고 나도 대학에 가기 위해 이번엔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렸으며 이번에도 현주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뒤에서 맴돌던 등수도 어느덧 전교석차에 올랐고, 서울의 유명한 대학에 합격했다. 이제 은수에게 다시 고백하는 일만 남았다. 떨리는 마음에 은수에게 전화를 걸고, 운동장에서 은주를 기다리고 있다.
● 작가 박현욱
1967년 서울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졸업 2001년 『동정 없는 세상』,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 2003년 『새는』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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