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 산맥’이 위치한 일본 나가노현의 아즈미노시.
높은 산맥과 마주 보고 있는 푸른 숲속, 한 그루의 나무처럼 뿌리내리고 사는 부부를 만나본다.
자연 속에서 살며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부부가 숲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일까?
일본의 ‘알프스’로 이름난 중부 내륙 세 개의 산맥. 그중 나가노현 아즈미노시의 ‘북알프스 산맥’과 마주 보는 짙은 초록의 숲에는 40여 년 전, 숲으로 들어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이 숲에 뿌리내린 부부가 살고 있다.
숲에서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자연에 감사하게 된다는 남편 ‘켄지’와 아내 ‘토모코’. 두 사람은 시간에 구속받지 않는 일상을 찾기 위해 도시를 떠나 숲으로 왔다. 그래서 집도 ‘마음에 평안이 깃든 곳’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인 ‘샨티쿠티’로 지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생활을 청산하고 오로지 자신의 두 손으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부부는 가장 먼저 숲에서 난 재료로 집을 지었다. 흙 주머니로 벽을 쌓고, 나무로 지붕을 올리는 등 기계 없이 집을 짓기 시작한 켄지 씨를 위해 300여 명의 이웃이 일손을 보태주었고, 함께 맨손으로 집을 지어 올린 경험은 켄지 씨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렇게 자연을 활용해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아이들에게도 선사하고 싶어 ‘숲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켄지 씨. 아이들은 협동심을 발휘해 제작이나 건축 활동을 체험하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다. 말썽꾸러기들이 종종 실수할 때도 있지만, 켄지 씨는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는 또 다른 배움의 기회가 된다’고 믿는 켄지 씨는, 아이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공생하는 ‘숲’과 같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랄 뿐이다.
부부는 먹는 것 또한 자급자족으로 해결한다. 숲과 밭의 경계가 없고 잡초와 작물이 함께 성장하는 부부의 정원은 공존과 상생의 터전 그 자체. 우거진 잡초 사이에서 채소와 야생초를 수확하는 일은 보물찾기가 따로 없다. 부부는 갓 수확한 채소의 신선한 맛을 해치지 않도록 찌거나 굽는 등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다. 토모코 씨는 간장과 된장 같은 조미료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10년 정도 오래 묵힌 된장은 깊은 맛이, 갓 담가 1년 정도 된 된장은 순하고 달콤한 맛이 나 그것대로 좋다는 토모코 씨는 항상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산다.
한편 토종 종자를 소중히 여기는 켄지 씨는 자신이 수확한 토종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종자은행’을 만들었다. 하나의 씨앗이 성장해 열매를 맺고, 수천 개의 씨앗으로 다시 돌아올 때마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는 켄지 씨. 매년 번식에 필요한 것 이상의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려 숲의 동물들에게 먹이 창고가 되어주는 나무처럼 켄지 씨도 직접 채집한 씨앗을 종자은행에 보관해두고 이웃들과 나눈다.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며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숲’, 그리고 그 숲을 닮아가는 켄지와 토모코 부부. 숲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며 사는 부부의 삶은 오는 19일 토요일 저녁 8시 5분, EBS1 <숲이 그린 집>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