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창사특집 4부작 국제공동제작 '우랄 알타이를 가다'

작성일
2011-06-02
조회수
13330
프로그램 정보
방송일자

 

[보도자료] EBS 창사특집 4부작 국제공동제작 <우랄․알타이를 가다>


EBS 창사특집 4부작 국제공동제작

<우랄․알타이를 가다>


1부 우랄의 첫 땅, 예레메예보

2부 하늘을 나는 두 얼굴의 독수리, 우랄

3부 남시베리아의 영혼, 투바

4부 알타이를 노래하는 카이


방송 : 6월 6일, 7일, 13일, 14일 밤 9시 50분 ~ 10시 40분


문의 : EBS 외주제작부 황성환 PD (526-2544)


EBS가 공사창립 11주년을 맞아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우랄․알타이를 가다>를 방송한다.

오는 6일부터 2주간 방송되는 창사특집 4부작 <우랄․알타이를 가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제공동제작지원작으로 동․서양의 경계가 되는 25,000Km의 장대한 우랄 산맥, 아시아의 시원이요 시베리아와 아시아를 잇는 알타이산맥의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17세기, 대 제국으로 유럽의 중심이 되고자 했었고, 동진 정책으로 시베리아 동토를 넘어 연해주와 사할린까지 진출했던 러시아는 한 몸체에 아시아와 유럽이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유럽문화와 동양문화가 공존하며, 툰드라에서부터 타이가, 초원지대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80%의 슬라브인들과 150여 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고 있으며 세계적 문화유산과 정신적 고향을 가지고 있다.


EBS 창사특집 국제공동제작 <우랄, 알타이를 가다>는 영하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땅 러시아, 우랄․알타이 산맥을 찾아 척박한 땅이지만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설원에서 펼쳐지는 러시아의 힘을 공유해 본다.


총 4부작으로 방영되는 EBS 창사특집 국제공동제작 <우랄․알타이를 가다>는

제1부 <우랄의 첫 땅, 예레메예보>

제2부 <하늘을 나는 두 얼굴의 독수리, 우랄>

제3부 <남시베리아의 영혼, 투바>

제4부 <알타이를 노래하는 카이치>로 이루어진다.



< 제 1부   우랄의 첫 땅, 예레메예보 >


끝이 보이지 않는 눈 사막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우랄북부. 척박한 땅, 돌 틈 사이로 이끼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곳은 툰드라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우랄의 시작이다. 러시아는 ‘돌로 이루어진 경계’, 우랄을 넘고서야 세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우랄 산맥의 첫 시작

이곳에서 우리는 시베리아에서 차량으로 접근 가능한 최북단 마을, 예레메예보를 찾았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은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낯선 민족 코미족 사람들. 산맥과 강으로 싸여 고립된 땅에서도 자신들의 뿌리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본다.


우랄 숲속의 작은 낙원

코미족은 북유럽 핀란드계가 러시아로 넘어와 최북단 우랄산맥에 자리잡은 민족. 우랄 산맥의 영향으로 외부와 문화를 교류하기보다 단절된 곳에서 독특한 자신들만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여명 코미족이 살고 있는 예레메예보 마을은 여름이면 마을 앞 일르이치 강의 물이 불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없어져 버리는 고립마을이다. 그래서 외부인들은 얼어붙은 강을 따라 겨울에만 들어갈 수 있다.

인터넷은 물론 안 되고 집집마다 수도 또한 없다. 외부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우체국이 유일하다. 그곳이 아니라면 마을회관의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하는 사람들. 기다리다보면 이웃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훤히 알 수밖에 없다. TV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불과 4~5년 전. 일 년에 눈이 녹아있는 달이 고작 4달, 천연냉장고에 저장한 물고기와 감자가 주식이지만 그래도 이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다. TV 대신, 인터넷 대신 그들만의 동계올림픽을 만들고, 마을회관을 디스코텍으로 만들어 재밌게 지내는 사람들. 이들은 말한다.

“ 낙원이요? 이곳이 바로 낙원이죠.”


예레메예보 마을을 지키는 미샤의 가족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마을버스 기사인 미샤는 동네 심부름꾼 노릇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미샤는 어린 두 딸을 둔 가장. 미샤의 7대손 할아버지가 이 마을의 이장이었다. 그의 가족사는 물론 마을 전체 가계도를 알 수 있는 족보가 마을박물관에 지도처럼 그려져 있다. 모계형제를 중심으로 그려진 족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모두 예레메이의 다섯 자녀들의 후손들이다. 3대가 지나야 친척하고도 결혼할 수 있는 나름의 규율이 있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한 가족인 셈.


한편 미샤의 이웃에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딸을 큰 도시로 유학보내기 위해 할 수 없이 담비사냥을 하는 전통 사냥꾼 샤샤가 있다. 깊은 타이가 숲, 사냥꾼 샤샤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산막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산막하고 인사를 해야 합니다. 주인이 없을 때 이곳에 와서 도움을 얻으려면 산막에게 허락을 얻어야 합니다. 우린 늘 그렇게 하죠.”


자연에게 허락을 구하며 사냥을 하는 코미 사냥꾼. 그는 사냥감이 잡히지 않는 날도 역시나 당연하다고 말한다. 언제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샤샤. 모든 것을 자연에서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얻는다. 샤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자신의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겨울의 끝자락, 미샤의 동생이자 마을 이장인 예브게니는 주민들을 위해 조촐한 운동회를 연다. 코미족의 자긍심을 가지고 소박하지만 자신의 주어진 삶을 소중히 생각하는 예레메예보 마을사람들. 우랄 원시림에서 자연과 하나 된 삶을 지향하는 코미족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 제 2부 하늘을 나는 두 얼굴의 독수리, 우랄 >


우랄 산맥을 따라 내려간 길. 혹한의 북부보다는 도시들이 밀접해있다. 러시아 국장에는 두 얼굴을 가진 한 마리의 독수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 얼굴의 독수리가 상징하는 그것, 바로 러시아가 품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가 이곳 우랄 남쪽에 맞닿아 있다. 이곳에는 시베리아 동진의 출발점이었던 페름을 중심으로 혈관처럼 퍼진 작은 도시들에는 120여 각기 다른 인종들이 모여 산다.

제작팀은 각기 다른 문명과 교류가 활발했던 우랄남부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용맹성을 대변하는 시베리아 동진에 앞장섰던 슬라브계인 카자키족, 북유럽계의 마리족, 몽골계인 타타르족을 만나 각기 다른 전통과 삶의 모습을 담았다


무예춤을 추며 기도하는 사람들, 까자끼를 만나다

러시아 슬라브족의 한 계통인 까자끼족. 어느 민족보다 러시아 정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가진 이들은 과거 뛰어난 기마술과 무예로 황제의 용병으로서 시베리아 동진에 앞장섰었다. 그러나 화려하고 용맹했던 까자끼의 문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 소비에트 시절에는 차마 드러낼 수 없었던 그들의 전통이 오늘날 끊어지지 않고 우랄 한 가운데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전역 어디든 까자끼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라면 순회공연도 마다하지 않는 스테판 가족. 문화학교에서 전통 춤과 음악을 가르치는 스테판의 아버지부터 어머니와 스테판은 물론, TV 만화보다 춤을 추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막내까지 문화자긍심이 대단한 이들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클라치브 루브에서의 특별한 하루, ‘사반뚜이’

페름과 예카테린부르크 사이에 있는 숙순 지역의 작은 마을 클라치브 루브에는 자신들만의 전통을 고수하며 사는 북유럽계 마리족이 있다. 마리 고유 언어를 지키며 전통음악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마리 학교의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들로만 구성된 마리족 중창단이 있다.

올해 쉰 살이 된 막내단원 발렌티나는 얼마 후에 있을 이웃 민족 몽골계 타타르족과의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멀리 일을 나가 한 달에 한두 번 오는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을 키우며 마을의 유일한 가게를 운영하는 발렌티나. 여느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역시 젊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녀는 중창단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마리족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즐거워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

드디어 마리족과 타타르족의 새해 명절 축제인 ‘사반뚜이’가 시작했다. 각자의 전통복으로 차려입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대에 오르는 발렌티나와 그녀의 친구들

남우랄 숙순의 세 가족들 통해 다른 문화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받아들이는 마리족의 특징과 일상을 담아보았다. 또 이슬람교를 믿으며 마리족과 돈독한 교류를 하고 있는 이웃 민족 몽골계 타타르족의 전통과 일상도 담아보았다.

한편 새해 큰 행사이자 봄맞이 축제인 ‘마슬레니차’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러시아 슬라브인들까지 만나본다.



< 제 3부  남시베리아의 영혼, 투바 >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에는 사얀-알타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산맥이 가로지른다. 우리에게 알타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이 산맥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을 아우르고 있는데 투바는 바로 이 알타이의 동쪽에 자리한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이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에 자리한 이 숨겨진 땅은 툰드라와 타이가, 습지와 사막이 공존하며, 대자연과 소통했던 시베리아 샤먼의 원형이 잘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투바는 유라시아 초원과 아시아를 잇는 경계의 땅이었지만 동시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험준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지금까지도 누구에게나 쉬이 허락되지 않는 땅으로 남아있었다. <우랄 알타이를 가다> 제 3 부 ‘남시베리아의 영혼, 투바’에서는 투바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도시인들의 몸과 마음이 먼 옛날 놓쳐버린 자연의 생생한 소리가 투바인들의 삶에 어떻게 고스란히 녹아있는지 만나본다.


겨울 방목지에서 봄을 기다리는 쥬멘의 가족

“토토토토토” “찌찌찌찌찌”. 설원의 산맥으로 둘러싸인 작은 겨울방목지에선 오늘도 염소와 양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시내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열다섯 살의 쥬멘은 주말이면 아버지를 도와 3백마리의 양떼를 몰고 언덕을 오른다. 양들은 구릉을 덮은 눈 밑에서 쉽사리 눈에 띠지 않는 풀들을 부지런히 찾아 헤맨다. 양들이 무리에서 이탈해 늑대의 먹이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쥬멘이지만, 쥬멘의 ‘양 부르는 소리’는 아직 아버지의 그것처럼 초원의 대기를 멀리 가르지 못한다.

적은 물을 양과 염소, 소와 말, 개와 사람이 나눠 마셔야하는 메마른 겨울방목지의 삶이지만, 매년 넘어야하는 이 고비를 이기는 방법을 쥬멘가족은 알고 있다.

겨울이 끝나가며 목장에선 양의 새끼들이 하나둘씩 태어난다.

쥬멘의 엄마는 어미 젖을 빨지 못해 죽어가는 새끼양에게 미음을 먹이며 먼 옛날 목동에서 목동으로부터 전해오는 자장가를 불러준다.

이웃도 없이 산맥으로부터 고립되어 한없이 외로워보이는 겨울방목지의 삶이지만, 수백마리의 가축이 곧 가족이라 외로울 틈이 없다는 쥬멘 가족의 나날들을 지켜보자.


자연의 소리를 몸으로 연주하는 사람들 ‘후메이’

후메이 연주자인 안드레이는 어린 제자들을 이끌고 꽁꽁 언 예니세이 강변으로 야외 수업을 나온다. 안드레이는 제자들에게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새의 소리를 흉내 내게 하고 겨울바람의 소리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제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겨울 투바의 자연을 몸에서 뽑아내려고 애쓴다. 안드레이는 자연의 소리야말로 영혼의 소리이며, 진정한 후메이는 목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와야한다고 가르친다.

투바의 목청노래 후메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몽골의 후미와 유사한 후메이는 자연의 소리를 인간이라는 악기통을 통해서 표현해내는 예술이다. 후메이는 고대부터 지속되어 온 유목민의 정령숭배의 정수였다. 남시베리아의 유목민들은 자연에 깃든 영혼을 대상물의 모양과 위치뿐 아니라 소리를 통해 파악해왔고, 그것은 결국 바람, 물, 동물의 소리를 인간이 모사하는 삶의 예술로 발전했다. 투바의 후메이 연주자들은 예닐곱살인 어린 나이 때부터 후메이에 입문한다. 후메이 연주자 안드레이와 그의 제자들의 생활을 통해서 자연을 가득담은 투바의 소리를 만나본다.


신과 가까운 땅 투바, 신과 인간의 사다리 ’샤먼’

안드레이의 어린 제자 쇼마는 연신 기침을 한다. 쇼마가 아파서 후메이 수업을 게을리하자 안드레이 선생님은 걱정 끝에 쇼마를 샤먼에게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한다. 쇼마의 작은 몸에 깃든 자연의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옛날부터 투바 사람들은 아프거나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샤먼을 찾았다. 샤먼은 병든 생명체가 자연의 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신에게 묻고 기도해 주는 역할을 한다. 투바의 샤먼은 시베리아 샤먼의 원형을 지금까지도 잘 간직하고 있으며, 그들의 신당인 오바아는 아직도 아시아의 중심인 투바땅 곳곳에서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정기를 떠받치고 있다. 초원을 가르며 양들을 부르는 겨울방목지의 사람들과 자연의 소리를 내는 후메이, 신을 향해 노래하는 샤먼의 소리를 통해 남시베리아 투바가 들려주는 영혼의 소리와 조용히 조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제 4 부  알타이를 노래하는 카이치 >


투바를 지나 알타이 산맥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남시베리아의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러시아 알타이 공화국이 있다. 알타이 공화국을 가로지르며 자리한 알타이 황금산맥(Golden Mountains of Altai)은 199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1,500개의 빙하, 높은 산봉우리와 낮은 비탈, 구릉지대와 깊은 산골짜기들이 자리 잡고 있는 천혜의 대자연이다. 예부터 알타이에는 수많은 암각화와 전설과 서사시들이 내려오고 있다. <우랄 알타이를 가다> 제 4부에서는 ‘카이치’라고 불리는 알타이 고유의 유랑가수들의 여정을 통해 알타이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살아왔던 소박한 알타이인들의 삶을 만나본다.


알타이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늙은 초르촉치 할머니

아름다운 텔레츠코예 호숫가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썰매를 타고 눈길을 달려 축제장으로 향한다. 바야흐로 봄을 맞는 마을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마을축제에서 늙은 이야기꾼 초르촉치 할머니는 마을사람들로부터 공로상을 받는다.

마을의 이야기를 후대에 잊지 않고 전해주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사람들의 고마움의 표시다. 지금은 알타이 민족 외에도 여러 다른 민족들이 함께 사는 알타이 공화국이지만 알타이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초르촉치는 여전히 마을의 지혜로운 어른 대접을 받는다.

오늘도 초르촉치 할머니는 이웃 아이들을 모아놓고 나긋나긋하게 알타이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가르쳐주었던 수많은 유랑가객 카이치들을 생각한다. 지금은 그녀의 친구였던 수많은 카이치들이 사라졌다.

 

알타이의 서사시를 노래하는 유랑가객, 카이치

“똡수르야 똡수르야 사람들이 감동 받을 수 있게 소리 잘 내라.

    지금 내가 카이를 시작할 거니까 도와주고,

    사람들 마음에 감동 줄 수 있도록 도와줘라”


오랜 세월 카이치로 살아온 아르께멘은 오늘도 그를 불러주는 마을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알타이의 서사시인 ‘카이’를 부르는 전문유랑가수를 ‘카이치’라고 부른다. 초르촉치가 이야기를 노래를 섞어 전하는 이야기꾼이라면 카이치는 보다 양식화된 형식으로 서사시를 노래하는 전문예인이다. 명망있는 카이치인 아르께멘은 도시에서도 많은 공연을 하지만 가끔 이렇게 그를 부르는 지방을 찾아다닌다. 아르께멘은 알타이의 지방도시 옹구다이에 들러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료 메리슨을 만난다. 메리슨은 이제 유랑보다는 교육을 택했고 많은 제자들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길러내고 있다. 그들은 오래전 예닐곱살 때부터 늙은 카이치를 따라다니며 카이를 배웠지만, 그런 전통적인 방식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외로운 유랑가객 오일류드의 여행

메리슨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 한때 카이치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오일류드가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카이를 전수할 새로운 제자를 찾고 있다. 오일류드의 제자는 모두도시로 떠났고 더 이상 그에게서 옛 방식으로 카이를 배우려는 제자가 없다. 메리슨은 그의 학생들 중 하나를 오일류드 밑으로 보내려고 상의한다. 그러나 선뜻 오일류드에게 배우겠다고 따라나섰던 메리슨의 제자는 오일류드와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간다.

오일류드는 혼자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 중에 들른 작은 마을에서 만난 젊은 후배 카이치는 다민족 구성으로 변화하고 있는 알타이 공화국의 현실에 맞추기 위해 카이를 퓨전화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오일류드는 씁쓸한 심경에 빠진다.


“내가 노래하는 카이는 옛날 조상들로부터 왔으니까, 변환시키면 안 됩니다.

그것은 저에게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오일류드와 메리슨, 그리고 아르께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세 명의 카이치의 여정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알타이 노래의 현재를 지켜보고, 그 속에서도 아직 면면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알타이 대자연의 숨결을 만나본다.


이전글 이전글
'세계테마기행' 바람의 땅, 네이멍구
다음글 다음글
'직업의 세계-일인자' 0.6초에 감성을 사로잡다 -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