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문화 <사랑>

 

주아니타의 행복한 노년

 

 

 

- 필리핀 출신의 주아니타는 인천에서 필리핀 전통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 운영한다. 올해로 한국생활 35년 차에 접어든 그녀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왕언니로 통한다. 남은 생을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자 마음먹은 그녀의 활기찬 하루하루, 왕언니 주아니타 그녀의 하루를 동행한다.

 

*방송일시: 2014년 3월 21일(금) 오후 7시

*연출: 미디어길 김광일 PD / 글·구성: 한윤희 작가 / 내레이션: 성우 전지원

 

 

▶ 그녀가 떴다! 인천 이주여성들의 왕언니, 주아니타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작은 식당. 현재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필리핀 출신의 주아니타 씨. 올해로 무려 한국생활 35년 차가 넘어가는 그녀는 인천지역 이주여성들의 왕언니로 통한다. 70년대에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녀는 따지고 보면 결혼이주여성 1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그녀의 한국말 수준은 살아온 세월에 비해 능숙하지 못하다. 35년 중 대부분 시간을 미군부대 안에서 일하며 보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사회적 제도나 교육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흔치 않았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나니 한국어를 배우기란 더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속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따가운 눈초리와 타박을 받는 것은 예삿일이다. 처음에는 영문 모를 타박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결혼이주여성들은 말 못할 설움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보다 그 설움을 잘 알고 있기에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는 왕언니 주아니타. 그녀와의 하루를 따라 나선다

 

▶ 외롭고 지친 이주여성들이여, 왕언니의 사랑방으로 놀러 오세요!

주아니타 씨의 가게는 오늘도 북새통을 이룬다. 두 명의 이주여성 동생과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이 한창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요리부터, 서빙, 심지어 배달까지도 주아니타 씨가 직접한다.

필리핀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의 주된 고객들은 단연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특히 필리핀 출신의 여성들은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아니타 씨의 식당을 하루걸러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다. 이들에게 주아니타 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식당을 찾는 이주여성들은 저마다의 걱정거리를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찾아와 풀어놓는다. 서로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하고 서로 토닥인다. 그래도 해결 안 되는 고민거리가 있을 시에는 맏언니인 주아니타 씨의 조언을 구한다. 식당은 이주여성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식당은 그 외에도 한국어 교육, 취미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이주여성지원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올해로 64세, 내 나이가 어때서?

올해로 64세가 된 주아니타 씨. 그녀의 신명 나는 인생 제2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그녀는 20년 넘게 근무하던 회사를 퇴직한 이후 남은 일생을 ‘남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가게를 맡게 된 것은 그녀의 계획 중 하나였다. 가게 운영 외에도 그녀는 매주 수요일 동사무소에서 진행되는 노인들을 위한 영어 강의 선생이 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되는 그녀의 영어 수업은 수강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인기 수업. 가게 위층에 입주해있는 여성상담소에 들러 도와야 하는 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확인해야 할 주요 일정 중 하나이다. 그녀는 또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집 근처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건강한 몸은 적지 않은 나이에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소득도, 노고를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노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올해로 64세 주아니타 그녀가 말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온에어-오늘의 TV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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