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1 장수의 비밀

고순덕 할머니의 웃으면 복이 와요

 

“두 손바닥을 맞대고 힘껏 치면서 ‘하하하하~” 전라북도 군산의 한 시골 마을, 난데없이 웃음 강의가 열렸다. 선생님은 87세 고순덕 할머니이고, 학생은 90세인 남편 김상용 할아버지다. 순덕 할머니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냥 웃고 넘겨 마을에서 최고의 ’웃음 부자‘로 통한다.할머니가 가는 곳마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웃음만큼 마음도 부자, 할머니는 인정도 많다. 먹을 게 있으면 꼭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동네 마실을 다니다가도 누가 일을 하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돕니다. 작은 키에 잰걸음으로 항상 웃고 다니는 고순덕 할머니의 이야기를 <장수의 비밀>에서 공개한다.

 

*방송일시: 2015년 10월 16일(금) 저녁 7시 50분 / 10월 18일 (일) 아침 6시 30분 재방송

 

8학년 7반, ‘학생 고순덕’

요즘 할머니가 일주일에 세 번씩 가는 곳이 있다. 용연마을 경로당 학습장, 바로 한글학교다.

모르던 한글을 깨우치게 되니 학교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동네 개와 코스모스도 중요한 학습교재다. 이름을 다 안다며 큰소리치시는데 손바닥에 쓴 글자는 ‘코쓰무쓰’다.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서 바닥, 선반, 심지어 화분 아래까지 깨끗하게 청소를한다. 수업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출석을 부를 때면 누구보다 힘차게 대답을 한다.

남들은 괜히 눈치만 보게 되는 선생님의 질문에도 큰소리로 대답한다. 살면서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는 학교이기에 생전 처음 접해보는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옛날과 달라진 표준어 때문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오늘도 ‘돼지’와 ‘되야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여러 사람과 모였으니 웃을 일도 더 많은 학교생활. 그 열정만큼 한글 실력도 많이 늘었을까? 과연 할머니의 받아쓰기 점수는?

 

右 남편, 左 사위

남편과 함께 산 세월이 68년. 오래 살면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데 할머니의 웃음만큼은 할아버지에게 전파가 되지 않는다. 잘 웃지도 않고 무뚝뚝하지만 남편 김상용 할아버지(90)는 할머니를 위해 망치질로 무엇이든 뚝딱뚝딱 고쳐 만들어주고 텃밭을 함께 가꾼다. 오랫동안 함께 산 할아버지보다 할머니의 웃음을 그대로 닮은 사람이 있었으니 막냇사위 오규범(49)씨다. 연세가 많은 장인·장모님이 걱정되어 자주 찾아뵈러 오는데 어디서 배우는 것도 아니건만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는 예쁜 말과 행동만 한다.

한글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할머니의 근황을 듣고 이제 곧 대학을 가야겠다며 등록금 걱정은 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떤다. 아흔이 다 된 나이에 손녀딸과 손잡고 대학에 다니라는 그 마음이 예뻐서 할머니는 웃는다. 거기다 차린 찬이 없어도 할머니가 만들어준 된장찌개 하나에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우고는 할머니의 음식 솜씨가 아시아에서 최고라며 엄지 ‘척’이다. 그러면서 150세까지 사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사위가 한껏 태워준 비행기에 할머니의 웃음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웃으며 돕고 살면 만사 O.K“

할아버지 간식으로 부침개 몇 장을 부친 할머니. 두 분이 드시기엔 많은 양이다 했더니 그걸 들고 이웃에게 나눠주러 나선다. 할머니는 음식은 항상 이웃하고 나눠 먹고 싶다고 한다. 받으면 마음이 아프고 주면 편하고 좋단다. 지나다니다가 동네 사람이 일을 하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도 없다. 고추를 말리고 있으면 같이 고추를 널어주고 녹두 쭉정이를 골라내고 있으면 같이 골라내준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좋았던 걸 생각하며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고순덕 할머니. 그게 할머니의 장수 비결 아니었을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마음으로 늘 호탕하게 웃는 고순덕 할머니의 일상을<장수의 비밀>에서 공개한다.

 

*관련 사진은 EBS 홈페이지-온에어-오늘의 TV 섹션,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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